노동운동가 출신 크라이슬러 CEO "노사화합은 내게 맡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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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라'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노동조합과의 협상도 매끄럽게 잘 해낼까?
노동운동가 집안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자동차 업계 CEO에 오른 톰 라소다 크라이슬러 CEO(51)가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12월5일자)에서 "미 자동차 업계가 비용절감을 둘러싸고 노사 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블루 칼라 출신 CEO가 등장, 노사 협상과 회사 운영에서 어떤 해법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디터 제체 당시 크라이슬러 CEO가 다임러크라이슬러 독일 본사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은 라소다는 특이한 집안 내력과 경력 때문에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
그의 아버지 프랭크 라소다는 크라이슬러의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니밴 공장의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할아버지는 1946년 크라이슬러에서 122일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직전까지 갔던 골수 노동계 인사였다.
라소다 역시 GM 근로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공장에서 일한 뒤 공장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자동차 회사 CEO들이 대부분 화이트 칼라 출신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라소다는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노사 양측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직전 CEO 디터 제체는 "라소다는 노사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며 그것이 큰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라소다 스스로도 "바닥에서부터 일을 해본 사람은 결코 어려웠던 과거를 잊지 못한다"며 "최고 경영층의 대부분이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곤 한다.
미 자동차노조(UAW)는 그의 성향을 반기기라도 하듯 지난주 라소다가 제시한 근로자 및 퇴직자에 대한 복지 혜택 감축안을 큰 저항 없이 수용했다.
그렇다고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지금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나 혼다 닛산 등과 경쟁하기위해 내년에 10개의 신차를 내놓아야 하지만 관련 예산은 2000년 85억달러에서 올해 60억달러로 줄었다.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라소다는 GM 근무 시절부터 조직 슬림화 전문가로 불려왔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모델을'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 였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조직 슬림화에 있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크라이슬러가 그를 스카우트 한 것도 그의 이런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블루칼라 출신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혼혈) CEO로 불리는 라소다가 생산성 향상과 노사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미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