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전망] 벤처·유통 : 창투사 체력회복 본격투자 '워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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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들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중소기업청의 모태펀드를 비롯해 국민연금 한국IT펀드(KIF)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신규 투자를 위한 실탄을 충분히 비축했기 때문이다.
또 연말 들어 코스닥 시장 등 주식시장 상승세에 힘입어 기업공개(IPO)와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원금 이상의 수익을 거둬 재투자를 위한 체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년이 벤처캐피털들에는 과거 벤처붐의 절정이던 2000년과 같은 '악몽의 해'가 될 수도 있다.
벤처붐이 꺼진 뒤 창업한 벤처기업 수는 눈에 띄게 줄었으나 투자재원은 급격히 늘어 소수 벤처기업들에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투자가 몰리는 등 '거품'이 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체력 회복한 벤처캐피털=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창투사들이 올들어 9월 말까지 투자에서 회수한 금액은 43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23억원)보다 85.6% 늘었다.
투자회수 금액이 늘어나며 전체 벤처투자 잔액은 2조1225억원으로 20% 이상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벤처캐피털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3·4분기까지 매출액 494억원에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중소형 창투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옛 동원창업투자)도 지난해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우리기술투자도 69억원의 영업익을 올렸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 비중이 90% 이상에 달하는 등 투자수익을 내는 벤처캐피털이 늘어나며 예전의 부실을 털어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투자거품 조짐도 있어=벤처캐피털의 투자재원이 늘어남에 따라 벤처투자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창투사들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43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84억원보다 11.1% 늘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고정석 회장은 "창투사들이 회수한 자금이 늘어나 신규 조합 결성과 벤처 신규 투자로 원활히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투자 증가가 과거와 같은 투자거품을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미창업투자 신기천 사장은 "장기불황으로 최근 창업한 기업들이 적은 데다 '괜찮은 기업'이라고 하면 이미 다른 창투사 손을 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가를 비상식적으로 높게 제시하는 벤처기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투자기업들이 투자자를 고르는 형국"이라며 "괜찮은 기업 하나라도 건지려면 영업 뛰는 심정으로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