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행ㆍ복도시 장밋빛 기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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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영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정보통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던 90년대 중반 이후,도시경제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의문이 있다.
통신비용의 하락,정보처리 기술의 발전,화상회의나 재택근무 확산 등의 결과로 물리적 근접성이 덜 중요해진다면 도시구조도 도심 집중이 줄어들고 도시 외곽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발전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경향이 일부 나타났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콜센터들은 임대료와 임금이 저렴한 곳을 찾아 입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수백,수천km 떨어져 있고,심지어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콜센터도 많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도시의 공간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급속한 기술발전이 예전보다 더 많은 정보에 기초한 더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정보를 교류하고,의견을 조율하며,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e메일과 화상회의가 대체할 수 없다.
결국 기업의 본사기능이나 이를 지원하는 법률,회계,컨설팅 등 경영지원 서비스는 여전히 도심에 집중돼야 한다.
국가로 치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정치,경제,행정,문화의 중추 의사결정 기능들이 집적돼 신속히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주요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앙정부 기능을 분할하고,정부투자ㆍ출자ㆍ출연기관들을 산지사방으로 흩뿌리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당연히 사회적 비용이 클 것이다.
막연하지만 매주 초대형 태풍이 한 번씩 몰아치는 만큼의 비용지불을 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행복도시법의 합헌결정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때에 헌재결정 자체에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 근거법이 위헌이 아니란 것 뿐이지 수도를 분할하고 옮기는 것이 국가적으로 최선의 결정임을 보장하지 못한다.
법리적인 공방이 끝났으므로 올해 말 토지보상이 시작되고 도시건설의 삽을 뜨게 된다.
차기 대선이 행복도시 건설의 주요 고비일 것이고,예기치 못한 남북관계의 변화가 또 다른 고비가 될 수 있지만 한번 시작한 공사는 진행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에서는 수도분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또 투자의 사회적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우선은 공사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평당 약 20만원으로 계획된 보상비가 두 배까지 오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들뜬 분위기가 넘치지만 국민세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도록 항목별 예산 상한 같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오고갈 필요성을 줄이기 위한 정부권한 분산 및 규제완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이전대상 부처의 축소 등 계획이 변경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들도 미리 강구돼야 한다.
이렇게 행복도시가 건설되면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여망이 충족돼 수도권 주민을 포함한 국민들이 행복해질까? 이에 대해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50만 인구가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하지만,기존의 정부청사와 공기업 본사건물들을 비워놓지 않는 한 수도권의 인구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후방 경제적 연관효과가 더 높은 민간기업들이 건물을 쓰게 된다면 인구는 늘 수도 있다.
따라서 수도권의 과밀과 혼잡이 해소돼 일거에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전망은 픽션이다.
공주ㆍ연기지역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의 상황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서울이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인접한 경기북부지역은 전국 최하위의 발전양상을 보였던 것이 상기된다.
따라서 지방에서는 여전히 지역균형을 외칠 것이고,수도권 규제완화와 같은 사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복도시의 건설은 충청지역 표에 대한 일회성 반대급부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