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의 미에 연연하지 말고 정신과 숨은 뜻을 찾아 '기운생동'(氣運生動)을 표현하라. 화법 속으로 들어가 화법 밖으로 나와야 하느니라."


'난과 생활' 발행인인 강법선 화백이 당대 제일의 난죽 종장(宗匠)인 옥봉 스님에게 사군자를 배우러 찾아갔을 때 들은 말이다. 옥봉 스님은 근현대 묵죽의 일인자 일주 김진우 선생의 수제자.


강 화백은 노대가의 문하에서 6년간의 수련 끝에 추사 김정희 선생 추모 서예백일장 휘호대회에서 묵란으로 사군자 부문 최고상을 차지했고 이후 10여년 동안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전통적인 난죽화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왔다.


그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02-734-4205)에서 첫번째 개인전인 '강법선 난죽전(蘭竹展)'을 갖고 있다. 고아하고 청정한 난과 대나무가 그윽한 묵향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그는 유일한 한란 자생지 제주 출신인 데다 난과 수선,대나무 숲속에서 뛰놀며 자랐기 때문에 난죽을 대하는 감성도 남다르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실장은 "대폭에 대작으로 그렸음에도 허술한 느낌이 없다"며 "'펼쳐서 큰 그림으로 했으나 남은 데가 없다'는 옛말을 실감케 해준다"고 평했다. 7일까지.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