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이 불과 보름 만에 정반대로 두 번씩이나 바뀌었다면 이를 믿는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루는 노동부의 정책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12월1일부터 시행된 퇴직연금 제도.노동부는 이 제도 시행 직전까지 근거가 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해석을 놓고 오락가락했다. 노동부는 이 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받고 지난달 14일 "법 시행 전에 퇴직보험 등에 가입한 사업장의 경우에는 별도 보험회사 등에 추가로 퇴직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하고 관련 협회 등을 통해 업계에 통보했다. 이는 신규 퇴직급여충당금 발생분의 경우 기존 거래 금융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맡겨도 무방하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하지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 질의가 다시 이어지자 지난 25일 "별도 금융회사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신규로 다른 금융회사에 가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는 신규 퇴직급여충당금 발생분을 기존 거래 금융회사에 예치하는 것은 괜찮지만 새로운 금융회사에 위탁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의 하나로 신규 퇴직보험 고객 유치에 나섰던 금융회사들은 마케팅을 전면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부 회사들은 지난 29일 노동부를 방문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30일 오전 노동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융회사들이 퇴직보험 유치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퇴직연금 활성화라는 정책방향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유권해석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퇴직보험 마케팅을 의도적으로 위축시키겠다는 게 노동부의 속내였던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해석변경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금융회사들에 일일이 e메일을 보내 "계약이전이라 함은 기업이 추가발생분을 A보험사에 불입하는 대신 새로운 보험사인 B사와 계약을 하고 불입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가까스로 사태를 봉합했다. 참으로 궁색한 유권해석이었다. 이성태 금융부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