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혼란스럽고 답답할 수가 없다. 자식놈이 대입수능을 치렀는데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시험을 아주 잘 봐서 어떤 곳이든 마음대로 골라 갈 수 있는 처지라면 걱정이 없겠지만 그저 그런 정도로 치른 시험결과를 가지고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우선 점수를 따지는 것부터가 대단히 어렵다. 과목마다 얻은 점수(원점수)가 있지만 대학에서 실제 적용하는 점수는 과목마다 다른 난이도와 표준편차를 고려해 산출되는 표준점수라고 한다. 원점수를 그냥 적용하는 방식에 비해 합리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 점수는 공식발표되는 19일 이전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점수를 가지고 지원가능대학이나 학과를 살펴보기도 하고 입시관련기관들이 추정한 표준점수로 분석해 보기도 하지만 답답증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평가기관마다 표준점수 추정이 다르고 배치 기준 또한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표준점수가 공식 발표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대학별 모집요강을 세밀히 분석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별 학과별로 적용하는 과목이 다르고 배점 또한 다른 탓이다. 또 어떤 곳은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고 어떤 곳은 백분위 점수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과목을 버려야 할지,어떤 대학을 지원해야 유리할지 골머리를 싸매야 한다. 내신성적 산출 또한 결코 쉽지 않다. 이 역시 대학마다 반영비율이 제각각이고 점수를 부여하는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석차를 기준으로 하는 곳도 있고 수 우 미 양 가로 제시된 평어를 기준으로 하기도 한다. 그러니 내신 성적 또한 대학별로 모두 따로 계산해 보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고충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합격자중 어느 정도가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인지까지 예측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가 나 다군에 소속된 대학들 한 군데씩에 원서를 낼 수 있는 까닭에 중복 합격하는 수험생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합격하고도 등록을 않는 경우가 숱하게 마련이고 그 자리는 예비합격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합격자들의 연쇄이동 현상이 벌어지게 되고 합격자발표도 1차 2차 3차 등으로 이어지며 등록일 직전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심한 경우는 1차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하지 않은 사례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 또한 대단히 중요한 변수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듯 온갖 요인들을 감안하며 대학입학 가능성을 분석하려니 마치 차원 높은 고등수학을 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한 노릇일 게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못한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인 것도 뻔한 이치다. 부모의 마음이 이리도 답답하니 수험생 본인이야 오죽하겠는가. 어쨌든 좋다. 수험생이 된 죄,수험생 부모가 된 죄로 이런 혼란쯤은 견뎌야 한다고 치자.그런데 이처럼 복잡한 입시제도는 과연 누구를,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잦은 제도 변경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서열화는 여전하고 수험생들의 눈치 작전은 더욱 심해진 상황 아닌가. 대학에 맡겨 놓으면 간단할 것을 국가가 나서 문제만 더 꼬이게 만든 것은 아닌지 정말 깊이 한번 생각해 봤으면 싶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