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관련 기사를 다루며 윤리문제를 처음 제기한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가 국제적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국내 관련 학계는 1일 네이처가 지난 2004년 5월 황 교수팀 연구원들의 난자 제공 의혹이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현재 모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연구원 K씨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의학연구윤리원칙인 '헬싱키 선언'을 위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선언의 21조에는 환자의 정보와 개인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2004년 황 교수팀이 미국 사이언스에 발표한 배아줄기세포 첫 추출 논문에 대한 윤리 심사를 맡았던 한양대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는 이와 관련,이날 네이처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IRB 관계자는 "과학을 다루는 네이처가 (가명이 아닌) K연구원의 이름을 그대로 못박아 보도한 것은 헬싱키 선언의 의미를 저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대 수의대 IRB 위원장 이영순 교수는 "네이처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어긴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생명윤리학자도 "당시 네이처가 K연구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한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당시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K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K씨가 (본인을 포함한) 연구실 여성 2명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며 "한국의 줄기세포 스타들이 윤리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네이처는 30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 황 교수팀의 최근 난자 의혹과 관련한 기사를 싣고 "황 교수가 국제적인 명성을 되찾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이날 '복제 스타,난자에 대한 거짓말을 인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달 24일 있었던 황 교수의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네이처는 또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현인수 교수의 말을 인용,"황 교수는 이제 신뢰성의 이슈를 갖고 있다"며 "혼란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네이처는 "외국의 몇몇 줄기세포 연구자들과 협력자들은 (이번 사태를) 용서하고 잊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비판자들은 더 깊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