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가상승률 2.4%…5년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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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농·수산물 공급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박리다매' 전략을 앞세운 할인점이 늘어난 것도 물가를 붙들어 맨 요인이다.
한동안 물가 불안을 부추겼던 고유가도 최근엔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정부는 올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에 머무르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공 비행하는 소비자물가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4% 오르는 데 그쳤다.
11월만 놓고 보면 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한 달 전에 비하면 오히려 0.7% 떨어졌다.
전월 대비로는 1986년 10월(-1.0%)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통화 정책의 기준이 되는 근원 인플레이션(통화량과 상관 없는 농·수산물 및 석유 제품을 제외한 물가지수)도 1.9%를 기록,정부의 물가억제 목표치(2.5∼3.5%)를 크게 밑돌았다.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줄었다.
일상 생활에서 구입 빈도가 높은 156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3% 올라 올 들어 지난 8월(2.8% 상승)을 빼곤 오름폭이 가장 작았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1.1% 떨어졌다.
◆경기 부진의 긍정적 효과(?)
전문가들은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 첫 번째 원인으로 '총수요 압력'이 낮다는 점을 꼽는다.
내수 부진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탓에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고유가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더라도 기업들은 물건 값을 쉽사리 올릴 수 없게 된다.
예년에 비해 태풍이나 가뭄 등 자연 재해가 적어 농·수산물 작황이 좋았다는 것 역시 물가를 안정시킨 요인이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도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말한 '미꾸라지 효과'다.
중국산 미꾸라지 때문에 추어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밖에 정보기술(IT) 제품의 가격이 내림세를 지속,공산품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고 올 들어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와 월세 등 임대료도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다.
◆본격화되는 '할인점 효과'
할인점 간 매출 경쟁은 식료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배추값이 대표적인 사례.지난 10월 말 '기생충알 파동'으로 포기당 4000원까지 치솟았던 배추 가격은 할인점들이 '반짝 세일'을 시작하면서 1000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배추를 이용한 것이다.
할인점의 막강한 구매력도 생활 물가를 안정시킨 버팀목이다.
이마트 가공B팀 권순탁 부장은 "할인점의 힘은 대량 구매에서 나온다"며 "처음엔 납품 단가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던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할인점을 통한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격인하 요구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민·안재석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