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청·장년기 때보다 50대 이후에 저축을 더 늘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인들이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은 청·장년기에 모아둔 돈으로 노후생활을 즐긴다는 통념을 뒤집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LG경제연구원은 1일 '50대 이후 저축률 상승의 배경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도시가계수지 조사 자료를 이용해 1969년 당시 가구주의 나이가 20∼24세였던 가계의 저축률을 추적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구주 연령이 55∼60세인 가계의 저축률은 가구주의 나이가 20∼24세였을 때는 7.9%에 불과했으나 △25∼29세 14.3% △30∼34세 28.1% 등으로 높아지다 이후 하향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55∼59세에 가서는 저축률이 29.2%로 크게 상승,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높은 저축률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이 같은 'N자형' 연령별 저축률 곡선은 한 개인이 청·장년기의 저축을 중년 이후 헐어 쓴다는 경제학의 '생애주기 가설' 이론이나 미국의 '역(逆) U자형' 연령별 저축률 곡선과 크게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노년층의 저축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가구주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면 자녀 교육비 지출이 일단락되는 데다 자녀 결혼비용 부담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평균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국민연금 등 노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부실해 노후 불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저축률 상승에 일조했다고 진단했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고령 인구의 저축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지만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며 "늘어나는 고령층의 저축률 증가가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구조적인 내수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