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은 그 실효성부터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방안은 공기업의 인사권과 경영감독권을 행사할 국가 공기업운영위원회를 기획예산처에 신설하고,관리대상 기업을 확대하며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을 공모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각종 법규를 일관성 없이 적용해온 주먹구구식에서 탈피(脫皮),중앙집중식 관리ㆍ감독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사실 분식회계,부당 내부거래,방만한 예산집행,인건비 과다지출,낙하산 인사 등 갖가지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경영 난맥상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고 보면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들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데는 이들에 대한 감독을 총괄하고 책임질 부처가 없기 때문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감독기관인 주무 부처 출신 퇴직공무원이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진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감독을 하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현안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각 부처로 나뉘어져 있는 관리 감독권을 예산처로 통합한다고 해서 공기업의 고질적 병폐가 해소되기 만무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미 시행 중인 공기업 기관장들의 추천제처럼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공공기관 자율운영은 요원(遙遠)해 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공기업 문제 해결의 본질은 과감한 민영화다. 민영화를 통해서만이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 수 있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예정된 공기업 민영화 작업마저도 중단시킨 채 민간부문에 대한 간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민영화에 따른 독점 폐해나 공공서비스 부실을 걱정한다면 공기업을 쪼개 민영화하거나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조속한 민영화를 통해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고,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국가가 맡지 않으면 안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영화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