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군납 유류 입찰 담합을 이유로 국내 5대 정유사에 내린 과징금 중 현대오일 뱅크와 인천정유에 내린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 두 업체에 과징금을 감경해 부과할 방침이다. 서울고등법원 특별6부는 1일 국방부 군납 유류 구매 입찰과정에서 다른 정유사 3곳과 함께 담합해 과징금을 물게 된 현대오일뱅크와 인천정유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정위는 과징금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5대 정유사 중 공정위 처분에 불복한 이들 2개 회사는 소송 제기 4년여 만에 사실상 최종 승리한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부과할 과징금을 법정 상한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정했지만 다른 3곳의 담합 참가 회사들에 비해 위반 정도나 부과 액수상 형평을 이루지 못했고 원고들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담합에서 소위 '들러리'로 단순 참가한 경우 낙찰 회사들에 부과된 과징금의 절반가량만 물었던 전례와 달리 원고들은 4분의 3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당했고 다른 3곳 회사보다 담합 전과가 1~2회 많으며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과징금을 물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01년 현대오일 뱅크(225억여원)와 인천정유(177억여원)를 비롯 국내 5대 정유회사가 낙찰 단가 등을 사전에 담합했다며 모두 121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현대오일뱅크와 인천정유는 그해 5개 회사 가운데 낙찰금액 및 이득액이 가장 적은 자신들에게 공정위가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모두 공정위가 승리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