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이 출발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혁신방안을 놓고 열었던 첫 공청회는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소속 노조원 40여명의 침묵 시위로 2시간30분이나 지연되는 파행을 겪었다. 노조 관계자들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한 차례도 자료를 공개하거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기획처가 일방적으로 밀실 공청회 형식으로 개편을 밀어붙이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청회'는 결국 패널들만 참석한 기형적 비공개 회의로 진행됐다. 공공기관 노조뿐만이 아니다. 각 부처에서도 기획처의 '권한 집중화 시도'에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1일 브리핑에서 "기획처가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권을 넘겨받아 관리하는 방안이 합의된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차관은 기획처가 금감원과 한국은행 등을 관리 대상 공공기관에 포함시키기로 한 데 대해서도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일 뿐이라며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한국은행 KBS 등은 기획처가 공공기관의 경영 실태를 한 곳에 모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진 중인 공공기관 포털사이트에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적 과제인 공기업 개혁이 기획처의 '독단'을 빌미로 코너에 몰릴 소지가 다분한 분위기다.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국민을 뺀 모두가 적군인 셈"이라고 우려했지만 '적군'들을 '아군'으로 만들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으니 기획처가 목소리를 낼 처지도 아니다. 공기업 개혁은 각 부처와 해당 공공기관의 이해가 난마와 같이 얽혀있는 만큼 개별 부처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정책 핸들링으로 '공기업 개혁'이라는 목표마저 주저앉아 버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학자들 사이에는 기획처의 지배구조 혁신방안에 방만경영이나 도덕적 해이 같은 '공기업병'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점도 기획처는 유념해야 한다. 김혜수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