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은둔형 외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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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 어웨이'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주인공의 생존 투쟁을 담은 영화다.
분초를 다투는 택배회사 직원으로 시간 및 배달원과 씨름하던 주인공은 시계도 사람도 없는 외딴 섬에 갇히자 택배물품이던 배구공에 얼굴을 그린 윌슨이란 가상인물을 만들어 하소연하면서 끔찍한 외로움을 견딘다.
그런가 하면 스무 살짜리의 세기적 사기 행각을 다룬 영화 '잡을 테면 잡아봐(Catch Me If You Can)'에서 수사관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무실로 걸려온 범인의 전화를 받고 말한다.
"왜 걸었는지 알겠다.외로워서,전화할 데가 없어서 걸었지. " 속마음을 들킨 범인은 황급히 수화기를 놓는다.
외로움은 이렇게 무섭다.
공자는 '소인이 한가로이 혼자 있으면 좋지 않은 일을 하기 십상(小人閑居爲不善)'이라고 했거니와 '외로움은 두려움을 낳고,두려움은 증오를 낳고,증오는 파멸을 부른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도 국내 고교생 가운데 친구는 물론 가족과도 담을 쌓고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난다는 보도다.
국내에선 '방콕족',일본에선 '히키코모리족'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거부한 채 낮에는 자고 밤에만 일어나 혼자 컴퓨터게임이나 인터넷 채팅을 하며 지내는데다 심한 경우 우울증 증상과 공격적 성향마저 보인다는 것이다.
상당수는 학교마저 그만두는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고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까닭은 주로 치열한 입시와 경쟁적 분위기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라지만 지나치게 과잉보호를 받고 자랐거나 초중생 시절 가족해체 위기를 겪은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중류층 핵가족에 이들 외톨이가 많다는 조사보고도 나와 있다.
어떤 경우건 외톨이가 되는 건 불안과 절망에 따른 자기혐오와 상실감 때문이다.
왕따를 당한 뒤 숨는 수가 많다는 게 그렇다.
겉으론 숨는 것이지만 실은 갇히는 것이다.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건 "왜"라고 묻지 않고 무조건 감싸주는 사랑밖에 없다.
가족으로 안되면 강아지를 동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