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저물어 간다. 굳이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재테크 시장에서는 가히 '혁명'이라고 표현될 만큼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코스피(KOSPI) 지수는 5년8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일부 증권사의 경우 벌써부터 16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마냐냐(Manana) 증시관'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이 주목된다. 경기가 안 좋았는 데도 주가가 오를 수 있었던 큰 요인 중 하나로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후가 길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소한 30년 이상 길어진 노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종전처럼 부동산보다는 연금 펀드와 같은 미국식 자산운용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주가도 올랐다. 그 결과 올해는 '펀드의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재테크 수단으로 펀드가 크게 부각됐다. 요즘 펀드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특히 매달 일정 금액을 붓는 적립식 펀드는 이제 직장인이라면 필수라고 할 만큼 대부분 가입하고 있다. 이런 인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지난 3년 동안 지속돼 온 저금리 국면이 마무리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월 열렸던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됐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중 금리는 상승 국면으로 전환돼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5%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금리가 상승 국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일반 국민들의 금융 행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예금의 경우 만기가 긴 상품보다는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는 회전식 예금의 인기가 재연되고 있다.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부 대출을 고정금리부 대출로 갈아탈 것인가를 놓고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심 중이다. 주가와 금리 상승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물론 부동산 투기 억제의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대책이지만 주가와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금융회사의 담보부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도 투기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테크 시장 내부적으로는 외국인들이 판치는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가 더 심화됨에 따라 국부(國富)가 밖으로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외국 자본과 외국 금융회사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자본 육성과 경쟁력 있는 투자금융회사(IB)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사모펀드(PF)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국내 토종 자본을 육성하는 과제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투자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과제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이 예정대로 내년 하반기 이후 추진될 경우 한국판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가 조만간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내에 머물러 있던 재테크 안목이 세계로 넓어진 점도 올해 재테크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른바 브릭스 친디아 등으로 대변되는 해외 펀드와 같은 글로벌 투자 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 중국 등의 해외부동산 투자 인기는 올해도 지속됐다. 내년 재테크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올해 나타난 재테크 시장의 모습을 보면 내년에는 더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