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이 유럽과 미국 기업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 허브'로 각광받고 있다.


멀고 먼 인도에 생산시설을 건립하던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비교해 가까우면서 양질의 노동력을 구할 수 있는 동유럽에 아웃소싱 기지를 설립하는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2일자)에서 동유럽이 2000년대 들어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가 발전하고 유럽연합(EU) 가입과 유로화 통용 준비에 힘입어 새로운 글로벌 아웃소싱 기지와 연구개발(R&D)센터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서유럽 인건비보다 75% 싼 데 반해 동유럽은 50~60% 저렴하다.


인건비로는 인도가 유리하지만 동유럽은 서유럽과 시간대가 비슷하고 법적 제도적 환경이 유사한 데다 고급 기술인력이 해마다 큰 폭으로 배출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과학 수학 컴퓨터 건설 공학 분야 대졸자는 독일의 경우 2003년 8만300명이었으나 동유럽 전체에선 13만8000명이었다.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의 유럽담당 이사인 슈테판 반데벨트는 "이곳 사람들에겐 헝그리 정신이 있다. 밤이고 낮이고 일한다"고 말했다. 델파이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기술 연구 센터를 하나씩 세웠다.


아웃소싱 컨설팅업체인 이코드의 스티븐 벌라스는 "영어를 쓰는 대단위 콜센터를 원하거나 수만명의 인력이 장기간 필요한 비행기 엔진을 디자인한다면 인도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텔레마케팅팀을 필요로 하거나 EU 회원국 정서를 잘 알아야 하는 행정인력이 필요하다면 동유럽이 최적"이라고 말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생산기간에 구애받지 않는 제품은 중국서 생산하는 게 낫지만 고객 욕구에 꼭 맞춰야 하거나 신속하고 유연한 유통이 필요하다면 동유럽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동유럽을 활용한 아웃소싱도 일반 제조업에서 첨단 하이테크 쪽으로 한단계 발전하고 있다.


러시아 옆 에스토니아에는 1990년대 초 핀란드 노키아에 휴대폰을 납품하는 엘코텍이 근로자 3000명을 고용한 사업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제는 미국 e베이에 인수된 인터넷 전화회사 스카이프의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서 새로운 아웃소싱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동유럽에 연구개발센터를 속속 개설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맥락이 닿아 있다.


HP SAP GE 등 세계적 기업들이 동유럽에 진출했으며 IBM도 지난 9월 폴란드 크라코프에 소프트웨어개발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LG필립스LCD도 폴란드에 TV용 LCD모듈을 생산하기 위해 4억2900만유로(약 523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언스트&영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은 R&D 투자의 38%를 동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오라클 델파이 삼성에 이르기까지 공학 컴퓨터과학 전공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또 이런 인력을 차세대 제품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R&D가 이뤄지는 곳에서 혁신과 경제성장이 뒤따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동유럽에 축복"이라고 달리아 마린 독일 루드비히 맥시밀리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