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기사 '속셈'도 가지가지..겉으론 적대적 M&A 구원..實利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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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이 생길 때마다 '백기사'(경영진의 우호세력)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백기사는 명목상으론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처한 기업을 돕는 세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투자수익이나 영업확대,전략적 제휴,경영참여 등 이해득실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경영참여형' 백기사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경영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신호제지의 백기사로 나선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이에 해당한다. 박 회장은 신호제지 지분 9.9%를 취득하면서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라고 공시,제지업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효성기계의 백기사였던 홍진HJC는 아예 '오너'로 변신했다. 지난해 효성기계가 최평규 S&T중공업 회장의 적대적 M&A 위협에 직면했을 때 백기사로 참여한 뒤 현재는 최대주주(22.79%)로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올해 1월 삼양식품을 돕기 위해 26.76%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한국교원공제회(27.77%)에 이어 2대주주로 마음만 먹으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다.
휴대폰업체인 팬택은 '전략적 제휴형' 백기사의 전형으로 꼽힌다. 지난해 SK그룹이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때 SK㈜ 지분 매입으로 힘을 보탠 뒤 SK텔레텍을 인수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영업확대형' 백기사도 적지 않다. 지난달 세양선박의 백기사로 6.69%의 지분을 취득한 대한화재는 세양선박을 비롯해 쎄븐마운틴그룹 계열사에 선박보험 등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화재도 최근 1~2년새 M&A 가능성이 불거졌던 대한해운 대우차판매 동성화학 등에 '단골 백기사'로 얼굴을 내밀며 보험판매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백기사들의 투자수익은 종목별로 엇갈리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주당 6000원씩 약 100억원에 사들인 삼양식품 주가가 2일 2만7500원으로 마감하면서 평가차익이 360억원가량에 달한다. 11개월 만에 360%의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린화재도 작년 3월 이후 주당 8000원선에 사들인 대우차판매(6.69%)의 주가가 1만9900원으로 치솟으면서 243억원의 평가차익을 얻고 있다. 반면 대한화재 등은 M&A 재료가 소멸되면서 주가가 하락,평가손실을 입고 있다.
김영진M&A연구소의 김영진 소장은 "백기사는 단순한 의리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이해득실을 따져 움직인다"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등의 이면계약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