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세계적 해운선사인 독일 오펜사가 컨테이너선 공급선을 중국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잠시나마 술렁거렸다.


오펜은 그동안 주로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해 왔던 터여서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다른 해외 선사도 오펜과 보조를 맞춰 중국에 발주 물량을 몰아주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는 중국의 맹추격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중국과는 '노는 물이 다르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중국이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벌크선,중형 유조선,중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일본의 주력 시장인 반면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VLCC(초대형 유조선),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맹위를 떨치며 멀찌감치 중국을 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은 일본이 타격 받는다


주요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공급선을 중국으로 바꿀 경우 타격을 받는 쪽은 일본이라는 게 국내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일본 조선업계는 높은 인건비와 노령화된 인력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중국의 공세에 견디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일본 조선업계는 열악한 경쟁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다 보니 표준선 설계도면에 따라 벌크선,중형 유조선,중형 컨테이너선 등을 반복해서 찍어내는 구조다. 해외 선사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사양의 선박을 건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건조물량의 50% 정도를 자국에서 수주하고 있어 점차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저가 수주를 앞세운 중국이 바로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고부가가치선으로 도망


지난해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과 수주실적을 보면 한국의 경쟁우위가 확연히 드러난다. 선박 건조량 점유율은 한국이 37.0%로 세계 1위다. 중국은 12.2%로 유럽의 12.5%,일본 32.5%를 맹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수주잔량 점유율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은 37.5%로 14.9%인 중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신 중국은 유럽과 일본을 따라붙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이런 가운데 LNG선,VLCC,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와 건조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LNG선 건조사업을 재개하고 중형 조선소인 STX조선이 LNG선 사업에 새로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긴장감은 늦추지 않아


물론 국내 조선업계도 중국의 위협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15년까지 건조량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현재 총 15개인 VLCC 건조용 도크를 23개로 대폭 확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고부가가치선인 LNG선 수주를 더 늘리기 위해 LNG선 건조실적을 늘리고 있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은 선박의 품질이 한국보다 떨어지고 납기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수준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싼 가격 때문에 해외 선사의 발걸음이 중국으로 쏠릴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