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sylee1657@kita.net > "해방후 반 토막난 이 나라에서/ 그 많은 고통과 가난살이를 디디고 /드디어 1000억달러 수출의 /그 위업을 이루어내게 한 母體여! /(중략) 우리들의 첫 선조이신 단군 할아버지의 /'잘했다!'는 칭찬말씀도 울려퍼져 오나니 /총 수출액 2000억,3000억,4000억,10,000억……달러의 /무한한 발전의 高地를 향하여 /우리 모두 오로지 매진하고 또 매진할 지어다."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의 '무역인을 위한 헌시' 중 일부다. 이 시가 씌어진 게 우리가 사상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했던 1995년이니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이다. 미당의 절창(絶唱)처럼 우리는 그간 '잘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고,이 결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지난달 30일의 마흔 두 번째 '무역의 날'은 무역 규모 5000억달러를 자축하는 한편 1조달러 매진을 향한 다짐의 자리가 될 수 있었다. 세월은 언제나 쏜살같이 흐르고 '무역의 날' 역시 해마다 돌아오지만 고유가와 환율 급변동 속에서 무역액 5000억달러를 달성한 올해는 유독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만한 나라가 미국,일본,독일 등 11개국에 불과하고,중국을 제외한 10개국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선진 통상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4000억달러 무역액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5000억달러 시대를 여는 시점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국가전략'이다. 10년 안에 교역 규모 1조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기술과 인력,기술과 문화 등을 총망라한 종합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미당이 남긴 시구(詩句)처럼 3000억,4000억달러 나아가 1조달러 수출을 향해 매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국가전략이 전제되어야 함은 더더욱 자명하다. 미 조지타운대의 레이 클라인 교수에 따르면 국력은 '(인구·영토+경제력+군사력)*(국가전략+국민의지)'에 의해 평가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력은 유형적 요소와 무형적 요소가 곱해져 산출되며,무형적 요소가 낮으면 전체 국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선진국 진입의 열쇠는 유형의 국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치밀한 국가전략과 국민들의 일치된 의지다. 끝없는 집단 이기주의로 갈등과 분열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수출 1조달러는커녕 무역 규모 1조달러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