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미묘한 상황에서 원·엔 환율의 급락 문제를 놓고 관련 기관 간의 책임 공방이 심하다.


수출 주무기관인 산업자원부는 원·엔 환율이 급락해 수출에 타격을 주는 만큼 외환당국이 나서서 환율을 안정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정책 방향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현 여건 아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 시점에서 산자부의 주문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섣불리 환율 안정(원화 약세)에 나섰다가는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과의 정책금리차가 0.5%포인트 벌어진 상황에서 수출만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자본유출의 가능성을 높여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역(逆)자산 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원·엔 환율이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진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로 봐서는 크게 불리할 것이 없다.


매년 일본과의 무역적자가 100억달러를 넘고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엔화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는 원·엔 환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환차익이 커진다.


실제로 올해의 경우 막대한 환차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외환당국이자 통화당국이기도 한 한국은행(혹은 재경부)은 그들의 주장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엄격히 따져보면 원·엔 환율의 급락 문제를 놓고 관련 기관 간의 갈등을 빚어내는 것도 콜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만약 콜금리를 제때 올려 미국과의 금리차가 역전되는 현상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최근처럼 원·엔 환율이 급락할 때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환율 안정(smoothing operation) 차원에서 외환당국이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정책 여지는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콜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한 것은 경기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 때문이다.


이 문제도 현재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한 나라의 금리체계(interest system)로 본다면 이미 두 단계 이상의 콜금리 인상을 감안한 수준이다.


앞으로 콜금리를 한두 단계 올린다 하다라도 일부 재경부 각료들의 우려만큼 금융회사들의 대출금리와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기업의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지금처럼 현금 보유가 너무 많아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머니 게임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종전처럼 금융비용이 제약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 투자할 만한 수익모델이 없거나,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이 쇠퇴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부동산 문제도 현 정부가 수없이 내놓은 정책처럼 시장 여건에 반하는 인위적인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고,대부분 예측기관들의 지적처럼 건설경기를 침체시킬 우려가 높다.


현 정부가 바라는 대로 경기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서는 콜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적정 수준까지 걷어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콜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함에 따라 좁아진 정책 여지를 넓히고,왜곡된 경제현상들을 바로 잡아야 할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8일에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 위원들의 소신 있는 콜금리 결정을 기대해본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