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연일 사상최고 행진 .. 펀드매니저는 지금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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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K모씨.
그는 요즘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주가가 바닥을 길 때보다도 더 힘겹다고 털어놓는다.
"주가가 너무 올라 주식을 사기가 겁이 난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L씨 역시 마찬가지다.
주가가 치솟으면서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하소연한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시장이 주가 따로 기업가치 따로의 '따로 장세'로 변해 버렸다는 것.
그렇다고 초강세장에서 매도 의견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증시가 화려한 비상을 거듭하고 있지만,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 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힘들어진 적정주가 산정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개별 기업 주가는 과거 밸류에이션과는 별개로 움직이기 일쑤"라며 "급등하는 시장 흐름에 맞추려면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애널리스트의 장(場)이 아니라 수요자(투자자)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개별 종목 목표주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가치 분석을 토대로 적정주가를 산출하지만 풍부한 적립식 펀드 자금 등에 힘입은 최근의 유동성 장세에서는 이런 분석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주가가 이미 목표주가를 넘어섰지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재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가가 목표가를 넘어서면 일반적으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 등으로 낮춰야 하지만 '매수' 의견을 유지한 채 목표주가는 조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저평가 종목 씨가 말랐다
연일 쏟아져 들어오는 주식형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도 투자 전략을 짜기가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펀드 간 수익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활황 장세로 인해 저평가 종목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백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수익률만 무리하게 좇아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매일매일 새로 한다"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남보다 빨리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과거 패턴대로 숫자(실적)만 갖고 종목을 찾아서는 승산이 없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계상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선임 펀드매니저는 "최근 단기간에 30∼40% 급등한 종목은 대부분이 기관이 사들인 것"이라며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코스닥시장 등의 중소형주를 매수하면서도 상당수 펀드매니저들은 해당 주식을 추후 매각할 때 과연 인수처가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 소외받아온 기업의 대주주 지분이나 자사주를 블록 딜(대량 거래)로 건네받기 위한 기관끼리의 경쟁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