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부성폴리콤(대표 김부곤)의 자금담당 임원인 구자명 이사는 요즘 '싱글벙글'이다. 올 들어 원·엔 환율이 계속 하락,금융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1999~2001년에 기업은행에서 모두 1억600만엔을 연 2.9~3.8%의 금리로 대출받았다. 대출 당시 적용받은 환율은 100엔당 평균 1073원. 엔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올해 1800만엔을 갚았고 오는 10일 300만엔을 추가로 상환한다. 상환 때 적용받은 환율은 평균 890원으로 대출받을 때보다 180원가량 떨어졌다. 구 이사는 "올 들어서만 엔화대출을 상환하면서 3800만원 정도 환차익을 실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엔화 약세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큰 타격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성폴리콤처럼 엔화 급락이 보약이 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2003년에 100엔당 1054원으로 엔화대출을 받은 금속제조업체 P사도 올해 3000만원 정도 환차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리가 연 2.75%로 6% 이상인 원화대출보다 크게 낮은 데다 올 들어 엔화가치가 크게 떨어져 이중으로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장비업체인 미래산업은 달러대출을 엔화대출로 전환해 환차익을 보고 있는 케이스. 이 회사는 지난 9월 중순 1.8%의 금리로 200억원 규모의 달러대출을 엔화대출로 전환했다. 회사 재무담당자는 "당시 100엔당 926원하던 환율이 지난 주말엔 860원대로 떨어져 원금이 14억원가량 줄어들었다"며 "엔화로 대출금을 전환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업계 자금담당자들은 그러나 향후 추가로 엔화 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환위험을 지적하며 경계하고 있다. 구 이사는 "원·엔 환율은 850원대가 바닥권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환율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엔화대출을 받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