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가 8·31부동산대책 관련법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비정규직법 등 쟁점 법안에 발목이 잡혀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이들 쟁점 법안에 대한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다 보니 다른 법안들에 대한 심의는 거의 '올스톱'된 상태다. 이에 따라 각 상임위엔 처리되지 못한 의안들이 4일 현재 2000건이 넘게 쌓여 '법산법해(法山法海)'를 이루고 있다. 정기국회 시한(9일까지)에 쫓겨 졸속 처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쟁점 법안 심의 어디까지=재정경제위원회 조세법안 소위는 지난 달 중순 부동산·감세법안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법안 내용이 광범위해 한번 훑어본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재경위 차원이 아닌 여야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사안이어서 핵심 안건에 대해 본격적인 의견 접근조차 시도해 보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현안들을 제쳐두고 다른 법안심의에 착수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재경위 금융소위는 지난주 두 차례 금산법을 논의했지만,역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에 대해 모두 강제 매각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분리대응론'으로 나눠져 '갑론을박'만 벌였다. 환경노동위 법안심사 소위는 비정규직법안을 두고 지난주부터 절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고용의 '사유제한' 등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법안심사 일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4일 예정됐던 회의마저 열리지 못함에 따라 당초 예고됐던 5일 처리가 물 건너가게 된 것은 물론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2034건 '대기'=올해 정기국회 들어 처리된 안건은 75건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 각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안건이 2034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재경위만 하더라도 240건이 계류돼 있다. 금융소위는 55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의해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금산법 논의에 막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교육위는 사립학교법 논란에 밀려 177건이 쌓여 있다. 비정규직 법안에 발목이 잡혀 있는 환경노동위에는 114건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립학교법 논란을 빚고 있는 교육위는 117건,국민연금법에 막혀 있는 보건복지위는 188건이 각각 대기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쟁점 법안 때문에 다른 법안들의 처리가 정기국회 회기 내에 모두 이뤄지기 어려워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