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손경식 CJ 회장(66)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계의 손꼽히는 마당발이다.


재계는 물론 정계와 관계,금융계,외국인까지 평소에도 연락을 하며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1000명을 훌쩍 넘는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57학번) 출신으로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후배가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겸손한 성격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스타일이 그의 주변으로 사람을 끌어 모은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특히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고 자신을 먼저 희생하는 대인관계 철학은 그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경기고 후배인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소개해 준 일화는 이 같은 손 회장의 성격과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3년쯤 전이었을 것입니다.


저희 부부를 포함해 4쌍의 부부가 제주도 CJ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손 회장님이 갑자기 미얀마 출장을 가셨다가 약속한 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하시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끼리 라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쎄 회장님께서 집에도 들르지 않고 바로 제주도로 오셨지 뭡니까?"


어 총장은 고교 후배이기도 하지만 과거 손 회장이 삼성화재 부회장으로 근무할 때 함께 금융발전심의위원을 하면서 가까워졌다.


그는 손 회장이 경제 전문가들을 만나 토론하기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경기고 54회 동기 중 가깝게 지내는 인사로는 황주명 법무법인 충정 대표 변호사,오명 과학기술 부총리,유흥수 전 한나라당 의원,방송인 김동건씨 등이 있다.


이들 중에서도 '베스트 프렌드'로 꼽히는 황주명 변호사는 "대한상의 회장이 된 손 회장에게 거는 동창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전임 박용성 회장에 비해 지나치게 꼼꼼한 성격이라 상의 회장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황 변호사는 한마디로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황 변호사는 "손 회장은 고교 시절부터 침착하고 사려 깊은 스타일이었지요.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무조건 무엇인가를 요구하기보다 사안에 대해 철저히 연구해 이론적으로 무장한 후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박 회장이 A급이라면 손 회장은 A+급이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박용성 전 회장은 손 회장과 황 변호사의 경기고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손 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인사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가 대표적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허바드 대사가 한참 마음고생이 심했을 때 손 회장 부부와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부부,이강연 리인터내셔날 상임고문 부부 등이 대사와 함께 강원도 제주도 등지로 여행을 자주 다녔다고 한다.


"한·미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지요.


우리가 한·미 관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미국 대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이곳저곳 경치 좋은 곳을 많이 보여줬지요.


손 회장은 허바드 대사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직접 날아가셨을 정도입니다."(윤윤수 회장)


손 회장은 이 밖에 손해보험협회장,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동창회장 등을 맡으며 정·관·재계에 걸쳐 엄청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윤세영 SBS 회장,류시열 전 제일은행장 등이 그 중에서도 가까운 지인으로 꼽힌다.


또 경영학 석사를 받은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선배인 남덕우 전 총리와도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