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화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 우리 사회의 인구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2020년에는 노령인구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또 2030년에는 열 사람의 노동인구가 3.5명의 일하지 않는 노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는 성장잠재력 둔화,저축률 하락,국민연금 등 사회적 부담의 증가를 의미하고 동시에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인이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령인구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과학기술계 역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연구 현장에서 20~30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고경력 과학기술자의 경험을 최신의 과학기술에 접목시키고, 특히 해외의 첨단기술정보를 입수해 우리 실정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R&D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고급 지식정보를 창출하는 '고경력ㆍ퇴직 과학기술자를 활용한 기술정보분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최근 국가기술혁신체계(NIS) 구축 차원에서 적극 추진되고 있는 '산업혁신 클러스터'에도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대학이나 기업이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의 고급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고경력 과학기술자 활용은 '노령인구가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이상의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보통 50대를 넘으면 연구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근 과학기술자들의 경향이지만,고경력 과학기술 인력은 국가적으로 상당한 재원을 투자하는 중요 인적자산이다. 때문에 퇴직 이후 이들의 고급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국가 자산의 낭비다. 둘째, 이들이 습득한 고급기술과 노하우가 각종 R&D에서 컨설팅 역할을 할 경우 연구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개발 시간까지 크게 단축시킴으로써 R&D 비용을 대폭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셋째,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한 분야에서 수십년간 구축해 온 국내외적인 휴먼 네트워크와 협상 노하우는 과학기술을 상품화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넷째,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의 적극적인 활용은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연구에 쏟아붓는 시간과 열정에 비해 그에 따르는 대우와 사회적인 존경은 미미한데다,정년까지 짧아 노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이공계를 기피하도록 만드는 중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고,나이 들어서까지 자기 전문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국가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과학기술자로서의 희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과학기술계의 신선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같은 차원에서 봤을 때, 고경력 과학기술자의 활용은 고령화사회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와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주요 국정과제로 정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과학기술 인력의 효과적인 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란 곧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젊은 인력과 더불어 풍부한 경험으로 R&D의 윤활유가 되어줄 고경력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과학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일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나아가 무한경쟁시대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