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도 연간 판매 목표를 올해(383만대 추정)보다 16.7% 늘어난 447만대로 잠정 확정했다. 연간 300만대 판매를 돌파한 지 불과 3년 만에 400만대 벽을 깨기로 한 것이다. 연간 400만대 판매는 '세계적인 자동차 과잉생산 때문에 상위 3~6개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가설이 힘을 얻던 1990년대 말,글로벌 메이커들이 인수·합병(M&A)하지 않고 단독으로 생존할 수 있는 최소 기준 숫자다. 1999년 당시 현대·기아차의 판매대수는 내년 목표의 절반에 못 미치는 211만대 수준.현대·기아차가 내년 목표를 달성할 경우 단 한 건의 M&A도 없이 당시의 기준점을 통과하는 셈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회사 설립 40년 만에 400만대 판매 돌파'라는 세계 자동차역사에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 기록도 얻는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판매 목표가 결코 달성하기 힘든 숫자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브랜드 파워 덕분에 생산 능력 확대가 곧 판매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내년부터 풀가동에 들어가면서 생산능력이 10만대에서 30만대로 늘어난다. 여기에 중국 공장 증설 효과(6만~7만대)와 러시아 중동 등지로의 CKD(반제품 조립생산) 물량 확대(6만대)가 더해진다. 기아차는 해외 시장에서의 잇따른 호평을 발판 삼아 수출물량을 올해 87만대에서 102만대로 늘리기로 한 상태다. 내수도 올해보다 밝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아반떼XD 후속모델(프로젝트명 HD)을 앞세워 올해보다 7만대 많은 63만대를,기아차는 카렌스 후속모델(프로젝트명 UN) 등을 통해 올해 27만에서 32만대로 판매대수를 늘리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계획대로 내년에 447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경우 세계 랭킹 6위인 다임러크라이슬러(2004년 판매대수 472만대)와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된다. 또 2004년 기준으로 빅3인 GM(899만대) 포드(800만대) 도요타(747만대)와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4위와 5위인 르노닛산(569만대) 폭스바겐(514만대) 등에는 근접하는 수준에 오른다. '글로벌 톱 5'를 눈앞에 두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실제로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톱 5' 규모인 연간 600만대 생산 및 판매 체제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해외 공장 건설이 완료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2009~2010년께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현대차 중국 제2공장(30만대) △현대차 체코공장(30만대) △현대차 인도 제2공장(15만대)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30만대) △기아차 중국 제2공장(30만대) 등 줄잡아 135만대의 증설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CKD 물량 증가분과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미시시피 공장 등 추가 공장건설 계획을 더하면 곧바로 600만대 생산 체제를 가동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톱 5에 들기 위해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며 "내년 목표치가 실현되면 글로벌 톱 5 입성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