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물론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누구든지 검찰이 발부한 소환장을 받으면 십중팔구 놀란다. 피의자 신분이든 참고인 신분이든 검찰청사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고 왠지 심장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모 그룹의 최고경영자는 그룹구조조정본부 임원에게 "다시는 검찰에 불려가지 않도록 하라"고 호통쳤다. 그는 새파란 검사 앞에서 견디기 힘든 모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모 PD가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를 취재하면서 연구원에게 '검찰 수사' 운운하면서 협박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PD가 검찰을 들먹이며 취재에 순순히 응하라고 협박한 것은 PD가 검찰을 사칭한 것과 같다.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비리를 파헤쳐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임무다. 하지만 사회악을 고발하는 데 또 다른 불법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도의 진정성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아무튼 MBC는 비윤리적 취재로 신뢰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