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여자라고 들여보내 주지도 않던 관공서를 신발이 닳도록 들락거리다 보니 이젠 신분증 없이도 통과할 정도가 됐지요."


27세의 강화정씨.인천지역에서 '에코미스트'란 브랜드의 향기제품을 파는 무점포 사업자다.


지난 3월 1000만원으로 창업해 8개월 만에 관공서와 건설사 현장사무소 등 100여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한 달에 900만원 정도 벌어 상품대금과 인건비를 빼고 순익 300여만원을 올린다.


시간에 쫓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방문ㆍ배달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예비창업자에게는 소자본,소비자에게는 '찾아가는 서비스'와 저가격의 매력을 무기로 창업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


◆'시간'도 상품이다


경기도 안산 와동에서 '컴드림' 브랜드의 PC수리업을 하는 박상연씨(32)도 점포 없이 사업을 꾸려나간다.


집 한쪽에 작업도구와 부품을 쌓아놓고 방문영업을 주로 한다.


PC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긴 고객이 전화하면 직접 방문해 프로그램을 정상화시키거나 부품을 갈아주는 것.


지난 8월 초 창업한 지 석달 만에 회원이 600명을 넘어섰다.


현재 한 달 평균 매출 1000만원,순익 4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창업비용(750만원)에 비해 짭짤한 실적이다.


본사에서 자체 개발한 수리용 CD를 이용해 컴퓨터 수리를 5분 내에 끝내고 서비스 요금도 9800원으로 저렴한 편.본사 조시원 사장은 "지난 5월 초 회사 설립 후 7개월 만에 가맹점이 100개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잉크가이'는 휴대용 잉크충전 장비를 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 즉석에서 프린터에 잉크를 재충전해주는 사업이다.


고객이 잉크충전방을 찾아가 잉크 카트리지를 맡긴 뒤 1~2일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올해 1월 시장에 선보인 지 11개월 만에 가맹점이 400개를 넘었다.


잉크가이 본사 최윤희 사장은 "590만원만 투자하면 창업할 수 있는 데다 3~4개월 지나면 수익성이 검증된다는 점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레스토랑 음식도 배달해준다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나면서 여성의 가사 노동을 줄여주는 먹거리 배달업도 성황이다.


'조이스'(www.ijoys.com)는 립 바비큐,칠리 폭찹,버팔로 윙,케이준 샐러드 등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요리를 가정이나 사무실로 직접 배달해준다.


모든 메뉴는 핫백에 진공 포장해 따뜻한 상태로 제공되며 가격은 레스토랑의 절반에 불과하다.


과일가게도 고객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푸릇푸릇'(www.fruit-fruit.co.kr)은 '사과 반쪽도 배달한다'는 모토를 내세우는 과일 전문점으로 전화 한 통이면 집에서 과일을 편하게 받아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주력인 방문ㆍ배달 업종은 무점포로 창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개업 후 2~3개월간은 영업보다 홍보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