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식품 안전관리 일원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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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 < 서울대 농경제학부 교수 >
쌀시장 개방 비준안의 국회 통과에 분노하는 농민들의 시위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농민들은 당장 눈앞의 쌀값하락을 걱정하고,정부는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국민들은 농민들의 딱한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93년 겨울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12년의 준비기간과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규모도 작고 자본력도 부족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업인들은 지난 12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UR 이후 지난 12년간 우리 농업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가공·유통을 위한 법인과 고품질·친환경·브랜드 농산품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93년 691개이던 농업법인이 2000년 2121개로 늘었고,이들 법인의 종사자수도 93년의 6465명에서 2000년 2만3963명으로 매년 증가해 UR 이후 우리 농업이 생산중심에서 가공·유통 중심의 고부가가치 농식품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2000년 이후부터 농업법인 수는 급격히 줄고 종사자 수는 늘고 있어 이들 법인이 스스로 힘든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기하고 규모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농업은 느리기는 하지만 점차 1차산업에서 탈피해 2,3차의 농식품산업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생산성 증대에 의존하기 보다는 품질, 안전 및 서비스 향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차별화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농업인들의 노력에 걸림돌이 될 문제가 최근 발생했다.
양식장 말라카이드 그린 사용과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알 검출로 대두된 식품안전성 문제와 관련, 여당과 정부가 식품안전관리업무 일원화를 내세우면서 벌써부터 부처 간에 식품관리업무의 관할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식품의 안전관리 업무는 생산,가공,유통,소비로 나뉘어 농림부는 주로 생산에 관련된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가공,유통,소비에 이르는 안전관리는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해 왔다.
그러나 김치파동을 거치면서 식품 안전관리업무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공감이 이뤄진 것을 계기로 농식품의 안전관리는 농림부가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계열화돼 가고 있는 농식품 산업의 추세에 비추어볼 때 식품안전의 출발점인 생산에서부터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식품안전관리의 주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장,공장,시장을 통합하는 시스템을 운영중인 서울우유협동조합,하림,도드람조합의 경우 이들 작업영역에서 어느 한곳을 떼어놓고 식품생산의 안전성 확보를 생각할 수 없다.
농림부가 아닌 다른 어떤 부처나 기관에서도 식품안전관리의 시작단계인 개별 농가의 생산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며, 식품안전관리의 시발점인 농장생산관리를 생략하고서 식품안전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식품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의식수준을 반영해 식품의 최종 소비단계에서 위해성 안전성 분석과 평가업무는 여타 기관에서 맡아 식품안전성 관리에 2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근 우리 농업은 내외의 우려와 위기 속에서도 계열화 산업화를 통해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같은 농업강소국의 농식품 산업성장 모델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데니쉬 크라운이라는 협동조합이 양돈산업을 계열화해 농장에서부터 식탁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을 통합하고 위생과 이력을 철저히 관리해 80%의 돈육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농식품 업체의 출현은 결국 식품안전관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식품안전관리 업무에 대한 부처간 이견이 우리농업의 살길을 열기 위한 노력과 식품위생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