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빅뱅] (2) 통합법의 바람직한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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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영국은 금융서비스 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소위 '빅뱅'(Big Bang·대폭발)으로 불린 영국의 실험은 증권 선물 등의 금융서비스 관련법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었다.
영국의 금융시장 개혁은 2000년에 은행과 보험 증권 등을 통합하는 '금융서비스 및 시장법'을 제정함으로써 완결됐다.
영국에서 시작된 빅뱅의 파고는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여러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게 부분 통합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호주다.
호주는 2000년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부분 통합을 단행했다.
영국식 완전 빅뱅과 호주식 부분 통합이 사실상 세계 금융시장의 양대 축으로 자리잡았다.
영국보다 꼭 20년 뒤진 한국에서도 금융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가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업무를 아우르는 '금융투자회사'를 육성하는 내용의 자본시장통합법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에 시행키로 한 것이다.
형식은 호주의 부분 통합을 따랐다.
하지만 영국식이냐,호주식이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금융산업이 소비자나 고객 중심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식 '빅뱅'과 호주식 부분 통합
금융시장 통합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금융관행과 역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크게 구분하면 영국식과 호주식으로 대별된다.
영국은 1단계로 1986년 증권 선물 투신 등 금융(투자)서비스 관련법을 통합하며 자본시장 개혁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에 은행법 보험회사법 금융서비스법을 하나로 묶어낸 단일 통합법인 '금융서비스 및 시장법'을 제정,완전한 통합체계를 갖춘 이른바 '빅뱅'을 단행했다.
순차적인 과정을 거쳐 완전 통합을 이뤄낸 셈이다.
반면 호주는 영국처럼 단일법 체계를 만들지 않고 부분 통합 모델을 선보였다.
호주는 2001년 은행과 보험업을 제외한 나머지 자본시장 관련법만을 하나로 묶어 금융서비스개혁법을 만들었다.
기존 회사법의 증권업과 선물업 관련 부분을 합친 것으로,영국식 빅뱅에 비하면 절반의 통합인 셈이다.
호주 맥쿼리 은행 개빈 윙뱅스 이사는 "각국의 금융환경에 적합한 규제와 통합의 룰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완전 빅뱅이 아니더라도 현재로선 영업에 불편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도 2001년 증권거래와 선물거래 규제법을 통합하는 '증권선물법'을 제정했다.
호주와 유사한 방식의 부분 통합법인 셈이다.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의 토우 행 탄 상무도 "업종 간 구분은 규제당국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라며 "글로벌 시대의 분리나 통합문제는 금융회사가 경영철학이나 회사 규모에 따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지향의 방향 설정이 핵심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업종 간 칸막이를 두는 전업주의를 고수해 왔다.
관련법도 금융기관과 금융서비스 중심의 42개 개별법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유사한 업무라도 업종에 따라 절차와 규제가 차이나는 등 일관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일상화돼 이제 이 같은 칸막이식 규제와 영업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졌다.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한 만큼,문제는 방법론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소비자들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통합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합 과정이 업종 간 이권 다툼으로 번지고,그 힘 겨루기에 따라 통합 방식이 정해질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시장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시장 개척에 나선 미래에셋 글로벌자산운용 김용문 대표는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성장한 것은 금융회사의 업무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소비자에게 최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캐피털마켓담당 정유신 부사장은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통합법 내용을 보면 동북아 금융허브를 향한 첫 단추를 이제야 꿴 것 같다"며 "금융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의 실질적인 통합 작업이 전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드니(호주)·싱가포르=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