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확산되고 있는 '타도 삼성' 기류는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과 일본 전자업계의 상대적인 부진이 주요 배경이다.


2001년 이후 눈부신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삼성이 놀라움과 칭찬의 대상에서 두려움과 견제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 일부 매스컴들은 특집기사나 전문가들의 기고문 등을 통해 삼성 견제론을 공론화하고 있어 삼성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의 보급로를 차단하라


지난달 2일자 일본 반도체산업신문은 반도체관련 컨설팅 회사인 '아이서플라이 재팬'의 도요사키 사다히사 대표의 기고문을 통해 "삼성의 보급로를 차단하라"고 제안했다.


삼성이 비록 반도체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이지만 반도체 핵심장비의 상당 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장비를 공급하지 않으면 삼성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은 삼성과 LG에 LCD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 사이에는 이미 공론화돼 있다.


일본 LCD 장비업계는 최근 따로 모임을 갖고 "한국의 LCD시장 장악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계속 장비를 대줘야 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12일자 주간동양경제는 히타치 제작소의 쇼야마 에쓰히코 사장이 일본 반도체업계의 대동단결을 주장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쇼야마 사장은 "일본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투자한다면 절대로 삼성전자에 이길 수 없다"며 "공동으로 공장을 짓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며 일본 기업들은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도시바 히타치 엘피다 등의 업체들이 즉각 공장 공동설립에 합의했으며 일부 자동차업체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 크기 전에 꺾자


일본 매스컴들이 이런 보도를 하고 나선 배경에는 실제 일본 업계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D램과 S램 등에서 일본을 압도한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확대될 디지털가전 부문의 반도체(플래시메모리 시스템LSI)시장까지 장악할 경우 일본 전자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9월 화성반도체 2단지 기공식을 가지며 향후 7년간 3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1월엔 오는 2010년까지 세계 전자업체 톱3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자 일본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일본삼성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가 일본 사회 전체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일본 국민들의 경계심을 자극할지도 몰라 사회공헌 활동조차 숨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