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다 어학연수가 먼저?..초ㆍ중생 방학전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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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명중학교 2학년7반은 이달 중순 반장선거를 해야 한다.
남자 반장이 미국으로 유학할 계획이어서 반장 자리가 또 비기 때문이다.
이 학급의 한 학생은 "2학기 중반에는 여자 반장이 싱가포르로 떠나 반장을 새로 뽑았다"고 말했다.
2학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학교를 무단결석한 채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는 초·중등학생이 늘어나면서 수업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중학교의 경우 해외 유학생과 단기 연수생의 절반가량이 이 같은 사실을 학교에 알리지 않고 출국했다.
박창호 교감은 "특정 학생이 2~3일 결석한 뒤에야 학생들의 입을 통해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전교생이 900여명인 반포중의 경우 올들어 15명가량의 학생이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났다.
연수나 유학을 위한 무단결석은 강남지역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 3동 강북중학교의 정영옥 교사는 "올해 초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은 무단결석 일수가 이미 70일이 넘었다"며 "뒤늦게 귀국한다 해도 출석 규정상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학교에서 수업을 빠져가며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는 것을 허락해 줄 리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학업계는 방학이 되기 전 해외로 출국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8주 내외의 단기연수에 참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복현규 YBM유학개발원 원장은 "10월 이후 어학연수를 신청한 학생들의 20% 정도가 방학 전에 출국하는 프로그램 이용자"라며 "캐나다 호주 등 현지 학교의 2개월짜리 프로그램 개강일이 12월 초순에 몰려 있어 이 시기에 출국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방학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겨울방학을 전후,해외로 출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이 전국적으로 최소 8000명~1만명 선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녀를 해외에서 공부시키고자 하는 '교육 엑소더스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카드가 지난달 1~15일 기혼남녀 39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8%가 '자녀를 이미 조기 유학 보냈거나 여건이 허락한다면 보낼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