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의 전자업계에 '삼성 타도'를 공공연히 주문하며 삼성 견제론을 확산시키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일본의 일부 매스컴 역시 자국 전자업계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삼성을 업계 전체의 공적(公敵)으로 만들어가는 등 일본 내 반(反)삼성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기류를 형성해가고 있다. 5일 복수의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고위 당국자는 최근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삼성의 경영권에 변화가 생기는 오는 2010년을 삼성 타도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분발해야 한다"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러분이 돈이 없느냐,아니면 기술이 없느냐.모든 면에서 뒤질 이유가 없는 일본 전자업계가 삼성에 밀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삼성의 CEO보다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한 뒤 "삼성이 국내 악재로 다소 흔들리는 지금부터 현 경영진 교체 시기 사이에 전세를 뒤집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와 별도로 1947년부터 1951년 사이에 태어난 제1차 베이비붐 세대를 통칭하는 '단카이세대'가 2007년부터 대거 정년퇴직하는 것에 대비해 이들 인력이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으로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줄 것을 재계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일본의 우익단체인 '일본 디베이트 연구학회'가 발간한 단행본 '세계최강기업,삼성이 두렵다' 역시 삼성을 '에이리언(alien)'으로 표현하며 삼성 위협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삼성식 경영의 강점을 칭찬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소니가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삼성과 협력하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국수주의적 시각을 강조하며 일본 기업들을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과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합작하고 전사적 크로스라이선스(특허 상호 공유) 계약까지 체결한 소니는 일본 내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으며 일종의 '왕따'를 당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