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관련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가운데 'PD 저널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PD수첩'의 경우 제작진이 황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아 취재에 나서면서 '짜맞추기식' 방식에 급급해 취재원을 협박하는 등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결국 MBC는 지난 4일 저녁 뉴스데스크를 통해 "제작진의 부적절한 취재 과정으로 고통을 받은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MBC의 단순한 사과 성명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언론학자들은 이번 사건을 '보도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PD들이 저널리즘 영역에 들어와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과잉 취재를 일삼다 벌어진 일'로 풀이하고 있다. 박정의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경우 'PD수첩' 팀이 직접 '검증'하려 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난자 사용과 관련해 황 교수팀의 윤리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까지 건드린 데는 제작진들의 '소영웅주의'가 있었던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PD 저널리즘'이 순기능도 갖고 있지만 취재망의 부실,제작 인력과 예산 부족에서 오는 낮은 완성도 등의 문제는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상희)는 5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MBC 최문순 사장으로부터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등 이번 파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 사장의 거취 표명은 없었으며 후속 보도에 대해서도 유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책임자 징계나 PD수첩 존폐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침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BC의 최고 경영자에게 대주주로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야 되는 것 아니냐","PD수첩이 국민 여론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등 질타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사는 "사장 거취를 포함해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나왔으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한 뒤 "PD수첩 사태는 이미 MBC나 방문진의 손을 떠났으며 국민의 뜻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