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념좌표가 중도로 모아지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이 진보적 색채를 엷게 하면서 '우향우' 행보를 하고 한나라당이 발전적 보수를 내세우며 좌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념적 차이가 한층 더 엷어진 것이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색깔공방'에서 나타나듯 좌·우가 확연하게 구별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열린우리당이 최근 마련한 신강령은 '공익을 무시한 채 일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장만능주의와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배타적 급진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시,이념적 양극단을 지양하는 중도노선을 분명히했다. 한나라당도 강령에서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고 퇴행적 잔재를 청산해 21세기 미래지향적 국민정당으로 거듭난다'며 사실상 중도노선을 표방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좌·우 대신에 중도쪽으로 향하는 것은 보수와 개혁·진보 지지층을 제외한 40% 정도로 분류되는 중도파 유권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기존의 지지층만으로는 향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유럽 각국 정당의 변화기류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라크파병 연장안을 지난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어렵지 않게 찬성당론을 정한 것이나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대해 당초 당내에 팽배했던 원칙론에 얽매이지 않고 분리대응안을 선택한 게 대표적 사례다. 재야 시민단체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부 개혁쟁점법안에 대해 양보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우향후' 행보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의 '좌향좌' 행보도 감지된다. 한나라당이 부자당 이미지에서 탈피해 서민을 위한 감세정책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나 부동산 정책에서 여당보다 먼저 종합부동산세 가구별 합산과세안을 내놓는가 하면,여당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파격적인 안을 주장하는 것이 '좌향좌' 행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각론에서는 양당 간 시각차가 여전하다. 경제정책의 근본 기조에서 열린우리당이 성장 못지않게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성장 위주에 방점을 두고 있어 향후 선거전에서 '성장' 대 '분배' 논쟁이 재연될 개연성이 높다. 정부 역할과 대북관에서도 인식차가 큰 상황이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