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올들어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장사 시가총액이 6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 원인은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데 있다. 매출액과 시가총액이 각각 두자릿수 조(兆)원대이고,영업이익률이 두자리 숫자인 소위 '트리플 더블 클럽'에 속하는 기업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5개나 태어났다. 선진국 기업들로만 구성됐던 세계 100대 기업에 우리 기업이 둘이나 진입했다. 그런데 이러한 대기업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GDP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성장했으나 실질국민총소득(GNI)은 0.1% 증가에 머물렀다. 국내에서 생산된 부분 중 외국인 몫을 떼어주고,거기다 원유 등 수입금액 상승분을 추가로 지불하고 나면 우리 국민의 소득으로 돌아가는 부분은 늘어난 게 없다는 이야기이다. 잘나가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직원들의 소득도 늘고 주가상승으로 주주들의 자본이득도 증가해,이들의 씀씀이가 늘어 내수가 증가하고 소득이 창출돼 다시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회복된다. 소위 케인스의 승수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에서는 어떤 이유로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가. 소득증대가 소비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부자를 백안시하는 경직된 사회분위기를 들 수도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제 등 세금강화로 인한 장래의 불확실 증대도 이유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을 보면,6분기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분기와 3분기에는 3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 소비동향과도 일치한다. 올 3분기 가계소비는 작년 동기대비 3.96% 증가했지만 해외소비지출은 27.0%나 늘어났다. 소득수준의 증대로 해외여행과 해외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해외소비 증가의 상당부분은 고급화된 소비자들의 서비스 상품수요를 국내에서는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없는 데 기인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조업 생산성은 미국의 31.6% 수준이나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26.4%에 불과하다. 우리 GDP 중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의 경우 55.5%로 선진국의 70% 수준보다 크게 떨어진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내수회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타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비스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직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오락 문화 등의 서비스산업은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또한 교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경우는 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서비스산업의 고급화와 대중화는 불가능하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산업도 경쟁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경쟁촉진의 지름길은 대외개방이다. 우리 제조업은 개방된 국내외 시장에서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며 성장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가운데 여유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가 교육 의료 여행 등의 고급 서비스상품을 구매한다. 이럴 바에야 외국기업의 국내진입을 허용하는 편이 낫다.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고급서비스를 공급하면 국내 서비스산업 수준이 향상될 뿐 아니라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 등에 대비해 법률,회계,세무,방송광고,교육,보건의료,영화,뉴스제공업,통신,금융 등 10대 서비스분야 개방 종합대책을 수립한다고 한다. 이들 분야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분야다. 정부는 이해집단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크더라도 과감한 개방조치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