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중국 충칭항 조롱포 컨테이너 터미널.상하이까지 머나먼 뱃길을 떠나게 될 바지선 위로 컨테이너들이 쉴 새 없이 컨베이어에 실려 내려가 쌓이고 있었다. 인구 3200만명의 충칭은 중국 제1의 내륙도시이자 우한 난징 장자강 난퉁 등을 거쳐 상하이까지 무려 2000km에 이르는 장강물류의 출발지이다. 서부대개발로 쓰촨성 등에서 유입되는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젠 내륙 물류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매년 25%씩 물동량이 늘고 있어요. 연간 17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데 지금 터미널 확장에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조롱포터미널 천췬 부총경리) 충칭시 당국은 중국 서부내륙에서 몰려오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조롱포터미널 인근에 춘탄터미널을 건설 중이다. 내년 말 개장하는 춘탄터미널의 처리량은 조롱포의 4배가 넘는 연간 70만∼75만TEU에 이른다. 터미널 확장은 우한 난징 장자강 난퉁 등 장강 유역 도시의 항구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충칭항의 최대 수송 품목은 전 세계로 수출되는 오토바이와 쓰촨성 미엔양에 공장을 둔 창훙전자의 DVD,모니터,TV 제품이었다. 최근엔 내륙에서 생산되는 승용차 수출의 전진기지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이날 컨테이너 야적장에선 리판그룹이 처음으로 생산한 승용차인 'LIFAN520' 3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4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몇 대나 실어 수출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처음으로 충칭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LIFAN520'은 경주용 레저용 등 각종 오토바이와 상용차를 생산해온 리판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1600cc급 승용차. 탕다오푸 리판그룹 물류담당 총경리는 "연간 7만대를 생산해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면서 "내년엔 이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과 남미로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릴 준비도 거의 끝냈다고도 했다. 충칭항을 중심으로 한 내륙 물류시장의 급팽창은 전 세계 해운사들엔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한국 해운사는 물론 머스크시랜드(덴마크) K라인(일본) 에버그린(대만) 등 세계적인 선사들이 앞다퉈 사무실을 열고 장강 물동량을 빨아들이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정재 한진해운 영업소장은 "서부대개발이 가속화될수록 내륙 물류센터로서 충칭의 위상이 커질 것"이라며 "해운사들 간 물량 확보 경쟁이 연안에서 이젠 내륙까지 확산되고 있어 시장 선점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충칭(중국)=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