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IT과정으로 日기업 취업문 뚫었어요..안도성-문윤숙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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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다카시마다이라역에서 가와사키역까지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안도성씨(32)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솔루션 업체인 일본 코스모에 입사해 타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째.주임이 된 지 1년 만인 내년 초 과장으로 승진한다.
대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과장이 되는 것이다.
우리 돈 3900만원 정도인 연봉도 내년부터는 5000만원으로 크게 오른다.
안씨가 요즘 즐거운 이유는 승진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한다.
"흔히 일본 회사에 취직하면 5시30분에 칼퇴근하고 주말엔 쉴 거라고 생각하죠.하지만 그랬다면 오늘은 없었을 겁니다.
일본 직원들이 정시 퇴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더 일하는 근성이 중요합니다."
웹 프로그래머인 안씨는 요즘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히타치로 출근한다.
히타치가 혼다로부터 수주한 예산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코스모사에 맡겼기 때문이다.
리더 자격으로 지난달부터 동료들과 함께 6개월 일정으로 파견을 나온 셈이다.
코스모는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기도 하지만 다른 기업에 인력을 파견하기도 한다.
"코볼 언어로 된 혼다의 예산관리 프로그램을 20년 만에 자바 언어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전엔 보험회사,증권회사 등에 파견돼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죠.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로는 여기저기서 의뢰가 들어옵니다."
"이제야 여유를 좀 찾아가고 있다"는 안씨지만 대학을 졸업하던 2002년 초엔 진로 문제로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서울산업대 산업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던 시기 그는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 흔한 자격증도 하나 없었다.
"우연히 학교에서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가 개설한 '정보기술(IT) 마스터 과정' 안내 포스터를 보게 됐죠.대학원에서 2∼3년을 보낼 바에야 차라리 1년간 실무를 집중적으로 익혀 일본에 취업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판단했죠."
그러나 비슷한 처지의 50여명과 함께 들어간 IT마스터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하루 8시간씩 이어지는 IT 및 일본어 강의와 자율학습은 고3 수험생 시절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웹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초언어,비주얼베이직(VB),자바 전문과정 등 매일 5시간씩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IT관련 수업도 그렇지만 일본어 공부를 하루 4∼5시간씩 병행해야 했던 점이 큰 부담이었다.
'히라가나''가다가나'도 모르던 안씨의 일본어 실력은 IT마스터 과정을 수료할 즈음 중급 이상의 실력으로 올라섰고 지금은 의사소통과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IT마스터 과정은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이었어요.
처음엔 집에서 다녔는데 나중엔 그 시간도 아까웠죠.자바 과정을 수강하던 4개월간은 무역협회에서 마련해 준 수면실에서 동료들과 기숙하기도 했죠.예습과 복습이 없으면 따라갈 수 없었다니까요."
지난 4월 안씨는 같은 과정을 함께 거쳐 역시 일본 IT기업에 취업한 문윤숙씨(26)와 결혼했다.
문씨 역시 솔루션 개발 회사인 'SSONE'사에 근무하고 있다.
월세지만 도쿄에 작은 아파트도 마련했다.
안씨에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의 일본 IT업체 취업이 급증하면서 20만명까지 그 수가 늘었다.
한국인 취업자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나 중국인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상황.아직은 수준 차이는 있지만 그들의 인해전술과 저가 공세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조국을 떠나 해외에서 일하는 건 보통일이 아닙니다.
1,2년 뒤엔 어떤 지위에 오를지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준비해야 합니다.
하다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낫죠." 이 말을 꼭 해외취업 준비생들에게 전해달라는 안씨 부부.올 겨울엔 3년간 꾹 참아왔던 스키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