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의 30대 칫솔제조 업자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잇따라 히트 상품을 출시,세계 구강위생 업계 판도를 뒤바꿀 태세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6일 보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닥터 프레시(Dr.Fresh)'로 불리는 푸닛 난다(37). 닥터 프레시는 38개의 치위생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대형 할인매장인 월마트 타깃 등에 연간 수십억m의 치실과 칫솔 등 구강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98년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자신의 보잘것 없는 칫솔회사 '닥터 프레시'로 "미국의 구강위생 산업에 혁명을 일으켜 보자"고 다짐한 그는 7년 만에 3000만개의 칫솔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창고와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LA 본사 직원은 64명으로 인도 중국 필리핀 멕시코 출신 외에 한국계도 두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2000만달러를 넘었다. 미국으로 이민 온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휴가를 간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칫솔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만 고민했다. 그런 노력으로 만든 제품 중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1분간 불빛을 내는 칫솔 '파이어플라이(Firefly).' 불이 켜 있는 동안 아이들이 칫솔질을 하도록 고안한 이 칫솔은 현재 미국 할인매장에서 최고 인기 상품이다. 인도 뉴델리에서 태어나 약사를 꿈꾸던 그는 21세이던 89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지자 아버지가 운영하던 '덴튼'이라는 작은 칫솔 회사를 떠맡으면서 구강위생 업계에 뛰어들었다. 곧바로 회사 이름을 닥터 프레시로 바꾸고 밝은 색상에 잡기 편하면서도 비싸지 않은 신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닥터 프레시 제품은 값싸고 질 좋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고향 인도는 물론 멀리 러시아에서도 '없어서 못 팔' 인기상품 대열에 오른다. 그는 러시아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93년 모스크바에 지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마피아의 협박에 돈까지 뜯겼다. 끝까지 버티다가 마피아가 쏜 총에 머리 뒷부분을 맞아 죽을 뻔 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는 흉터를 안고 3년 만에 뉴델리로 다시 돌아갔다. 그래도 '칫솔 왕'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98년 4월 가족을 남겨둔 채 혼자서 뉴욕으로 건너갔다. 닥터 프레시 제품은 이미 세련된 칫솔에 길들여있던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는 추운 길거리를 전전하며 거의 거지꼴이 됐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따뜻한 곳을 찾아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그곳에서 싸구려 제품을 파는 '99센트 체인점'에 칫솔 18만개를 팔아치우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그때부터 놀라운 속도로 고객을 늘려갔다. 내년부터는 연간 500만개의 칫솔을 월마트에 납품키로 계약하는 등 세계 구강 업계에서 닥터 프레시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