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3S, 4W 그리고 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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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는 앞에서 보면 길지만 뒤에서 보면 짧다. 뭘 했는지 정리도 못했는데 남은 달력은 어느새 한 장밖에 없다. 많은 성취를 이룬 이들은 학생 때처럼 겨울방학이라도 있어서 좀 쉬었으면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연말이 되면 쏜살같은 세월이 야속하기만 할 것이다.
사연이야 사람 수만큼 많지만 관찰자의 시각으로 보면 몇 단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런 단어들을 모아 뽑으면 우리의 한 해도 쉽게 설명될 수 있는 짧은 세월로 변한다.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올해는 어떤 한 해였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잡고 싶은 이들이나,다니던 직장에서 밀려나와 또 다른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올해 취업의 키워드는 단연 3S였다. 작은 회사(small size)도 괜찮고 급여가 적어도(small pay) 상관없으며 전문직이 아니라 단순업무(simple work)라도 가리지 않겠다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최근 취업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변변찮은' 일자리라도 얻고 싶다는 응답이 81.7%에 달했다.
그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보지 않는 인식이 이제 일반화 됐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비록 성에 차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지금부터 경력을 쌓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창업을 통해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올해의 키워드는 4W였다. 여자(women)들이 좋아하는 것 또는 여자들이 운영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골라 창업을 하고,이왕이면 주위의 지인들과 함께(with) 투자해서 리스크를 분산하며 초기부터 규모를 제법 크게(wide) 키워 규모의 경제효과를 보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먹는' 사업을 하는 이들은 여기에다 와인(wine)을 키워드로 삼았다. 우아함과 세련됨의 상징인 와인을 곁들인 퓨전아이템이 히트 상품으로 뜬 한 해였다.
기업들이 올 한 해 기울인 노력도 5C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자(consumer)에 집중하되 싸게 팔 수 있도록 원가(cost) 경쟁력에 신경쓰며,상품을 만들 때에는 고객들이 가장 수월하게(convenient) 쓸 수 있는 아이템을 고르되 끊임없이 고객과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올 한 해 기업들이 새삼스럽게 느낀 성공비결이다.
공급과잉과 수요감소의 저성장 시대를 헤쳐가는 유일한 길은 바로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란 마케팅 원론으로 복귀한 트렌드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여기에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고객 개개인 또는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특정 고객군을 겨냥해 그들에게 맞춤(customization)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발표한 내년도 경제전망이 5% 성장의 낙관론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모든 경제지표가 그렇듯이 중요한 것은 그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올 한 해 안쓰러울 정도로 노력해온 경제주체들의 땀이 헛되지 않도록 이왕 내세운 경제성장 예측치를 달성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당국의 사명감 넘치는 노력을 기대해본다.
권영설 한경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