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열한 증산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업체가 특허분쟁 2라운드에 돌입할 태세다.


삼성SDI는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일본의 마쓰시타와 계열사인 파나소닉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PDP 관련 기술 9가지를 두 회사가 침해했다는 혐의다.


삼성SDI는 또 미국 펜실베이니아 연방법원에 두 회사의 PDP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도 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와 마쓰시타는 지난 1년간 9차례에 걸친 특허 관련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최종 협상이 결렬돼 소송으로까지 가게 됐다.


국내 업체가 일본 PDP업계의 터줏대감격인 마쓰시타를 상대로 먼저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국내가 아닌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미국이 디지털TV의 가장 큰 시장일 뿐더러 제 3국의 판결이 훨씬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특허경쟁 다시 불붙나


삼성SDI의 특허침해 소송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한·일 간 특허 다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PDP 특허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물고 물리는 특허전쟁을 한차례 치렀다.


PDP기술 종주국인 일본의 마쓰시타와 FHP는 최근 2∼3년 새 급성장한 LG전자와 삼성SDI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집중 제기했었다.


약 1년간의 공방 끝에 양측은 올 초 크로스라이선싱 협상을 타결하고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빠른 속도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해 들어오고 있는 LCD가 PDP업체들의 '공적'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SDI의 소송제기로 약 8개월간의 한·일 PDP 업체 간 밀월관계는 파경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SDI의 소송에 마쓰시타가 맞소송으로 대응할 경우 한·일 양국 PDP업체 간 특허분쟁 재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PDP 증산경쟁에 맞물린 주도권 다툼 본격화


삼성SDI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PDP패널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선언함과 동시에 패널생산 1위 탈환에 나선 마쓰시타를 견제하기 위한 이중포석의 성격이 짙다.


최근 삼성SDI LG전자 마쓰시타 등 빅3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패널 증산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6면취(1장의 유리에서 42인치 6장 생산)라인인 A3라인 가동에 들어가자 마쓰시타는 내년 하반기 8면취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PDP 1위 업체인 삼성SDI도 내년 초 6면취 공장 가동을 준비하는 등 빅3의 선두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삼성SDI에 밀려 패널생산 3위에 머물고 있는 마쓰시타는 내년 7월까지 월 생산능력을 현재의 29만5000장에서 42만5000장으로 끌어올려 1위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을 내보이며 삼성SDI를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SDI가 세계 최대 PDP TV 시장인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제기,마쓰시타 제압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