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늘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거꾸로 자녀에게 가르침을 받는 부모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가르치는 자녀'와 '수업받는 부모' 사이에서 일어나는 교육적인 효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우리 부부는 세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이들이 배운 것을 엄마 아빠에게 가르쳐달라고 자주 요청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우리에게 수업을 진행하곤 했다. 우리 또한 아이의 수업을 열심히 듣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아이가 수업을 마치면 우리는 꼭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가끔 고마움의 표시로 용돈을 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가르치는 맛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수업 중간에 도전적인 질문을 한두 차례 던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강의 수준을 높여주기 위해서였다. 아이 입장에서는 대부분 설명하기 어렵거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이었다. "성조기의 별이 얼마 전까지는 50개였는데 어째서 갑자기 51개로 바뀌었지?" 갑자기 말문이 막힌 아이들은 일단 "내일까지 알아서 가르쳐 드릴게요"라고 약속하고 수업을 마쳤다. 다음날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내가 했던 질문을 선생님에게 되물어 완벽하게 답을 이해한 다음에야 집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알려주곤 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부모에게 가르치다보면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논리력과 발표력,표현력 등이 길러지고,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부모 입장에서도 수업을 받는 동안 자녀의 흥미와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타인을 가르치는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학습'임을 강조하고 싶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kengimm@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