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신주쿠역 인근 쇼칸도오리(識安通).한류 붐을 타고 한국음식점이나 한류스타 가게,한국인 상대 민박집 등이 많아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곳. 이곳에서 한국음식점 '감자골'을 비롯한 여러 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찬형씨(42)는 신세대 한국 유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는 공부하러 일본에 왔다가 사업으로 방향을 돌린 후 손대는 일마다 대박을 터뜨려 도일 14년 만에 중견기업 반열에 오를 정도로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이 사장이 이끄는 ㈜거산의 작년 공식 매출은 29억엔(약 260억원).


1997년 여름. 단국대 일어과를 나와 교비장학생으로 와세다대 정치학 대학원에 다니던 유학생 이찬형씨에게 '인생전환'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아르바이트로 통역을 하면서 일본을 찾은 한국의 한 호떡 프랜차이저 업체 사장을 만난 게 계기가 되었다.


도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그에게 농담조로 "통역비 대신 호떡기계나 보내달라"고 했더니 그는 이씨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호떡기계 2대를 보내왔다.


"하도 난감해 주차장에 세워뒀더니 한 달 주차비만 5만엔이 들어가는 겁니다."


이씨는 하는수 없이 호떡장사를 해보기로 했다. 그는 서울로 가서 1주일 동안 호떡굽는 기술을 배워왔다.


당시 손에 쥔 돈은 26만엔.쇼칸도오리에 가게를 열고 200엔짜리(당시 환율로 약 2000원) 호떡을 팔기시작했다. 첫날부터 1500개나 팔려 나가면서 말그대로 '돈벼락'을 맞게 됐다.


도쿄시내에서 호떡 돌풍을 일으킨 그는 내년 봄 일본 고속도로 휴게소 4곳에 호떡집을 연다.


"돈을 버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내친김에 이듬해 종로떡집을 오픈했다.


택배 위주로 사업을 전개,2년 만에 13만명의 단골을 확보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고객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제전화카드사업,홈쇼핑사업,생활정보지 등 거산의 사업네트워크를 전방위로 확장해 나갔다.


LED전광판사업,오오에도온천 한국총대리점,일본내 골프장 한국판매 중개 등 돈이 보이는 틈새시장이면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손을 대는 것마다 성공을 거뒀다.


서울 지하철역 기둥에 설치된 회전광고탑(RSB)도 ㈜거산의 세계 특허품이다.


일본에서도 하네다 공항과 빠찡꼬에 RSB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미국 캐나다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지로도 수출되고 있다.


1개에 300만~350만엔하는 RSB는 현재 전 세계에 546개나 깔려있다.


일본에서 인기몰이 중인 대형할인백화점 '돈키호테'와도 손을 잡았다.


'호사다마'라고 시련도 있었다.


의욕적으로 뛰어든 국제전화 선불카드사업에서 한국 통신업체 일본지사장의 사기극에 말려들어 1억8000만엔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액면 1만엔짜리 전화선불카드가 실제론 7000엔밖에 서비스가 되지 않았던 것. 이 사장은 선불카드를 산 고객들의 손해를 전액 대신 변상해줌으로써 이들의 신뢰를 얻어 사업을 더욱 빠르게 확장하는 '전화위복'을 이뤄냈다. 국제전화카드는 ㈜거산의 알짜사업으로 연간 11억엔의 매출을 올린다.


이 사장은 요새 또 하나의 대박 기대주를 계획하느라 바쁘다. 바로 핑거로즈다.


장미,난 등 식물을 진공유리병에서 영양젤리만으로 키울수 있게 한 상품 발매를 준비 중이다.


이 신상품의 특허권을 가진 한국 성균관대학의 벤처기업과 와세다대학이 100% 출자한 와세다총합연구센터와 ㈜거산이 손잡고 일본시장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사업 영감을 얻기 위해 주말이면 국제전시회장을 누빈다. "다른 업종의 아이디어에서 제가 하고 싶은 사업의 힌트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은 "청년실업대란에 시달리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이든 중국이든 동남아든 해외로 뛰쳐나가라"는 충고를 꼭 전해달라고 했다.


도쿄=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


[ 일본 비즈니스에 관심많은 젊은이들에게 ]


일본은 조직,단체,동우회 등 집단시스템으로 무장되어 돌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일본은 일의 진행이나 대응방식이 한국과는 판이합니다.


한국은 일을 일단 착수하고 프로세스 중에 수정이나 개선을 하지만 일본은 절대 쉽게 일에 착수하지 않습니다.


치밀하게 진행사항을 사전에 체크해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이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무섭게 몰아붙임니다.


그동안 일본에서 일을 한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드리자면 "말을 아껴라" "신의를 가지고 대하라" "서두르지 마라" 세 가지 입니다.


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의 비즈니스 스타일과 선을 중시하는 일본의 비즈니스 스타일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에선 위에서부터 일을 풀어내려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아래 즉,실무선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길게 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