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흥행작 '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공동경비구역' 등의 공통된 특징은 남북 분단의 상처를 다룬 액션영화라는 점이다.


곽경택 감독의 '태풍'도 한국 정부에 외면당한 탈북자 가족의 슬픈 사연과 강대국 틈에서 자주성을 상실한 약소국의 비애를 포개 놓고 남북 화해를 모색하는 내용이다. 주요 인물은 모두 아픈 역사의 희생자다.


탈북자 출신의 해적 씬(장동건)과 한국 해군장교 강세종(이정재)의 경우 겉모습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존재다. 그들은 모두 분단으로 인해 아버지를 여의었고 자신의 목표와 임무를 위해 개인의 행복을 등졌다. 때문에 그들은 서로에게 연민을 갖지만 총을 겨눠야 한다. 마치 대치 중인 남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씬 남매는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의 두가지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씬이 복수심으로 뭉친 '괴물'이 됐다면 누나(이미연)는 저항도 못한 채 스러져 가는 보통사람이다.


씬역의 장동건은 자기 연기의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확장했다. 반듯한 신사 이미지를 오래 간직했던 그는 '친구'의 삐딱한 건달,'해안선'의 편집광 군인에 이어 강력한 카리스마의 악역을 연기한다. 누나와의 재회신에서는 뜨거운 가족애도 놓치지 않는다. 서서히 충혈된 두 눈에서 눈물을 떨구는 중반부는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액션신은 감독의 의욕에 비해 강도가 떨어진다. 폭풍 속으로 뛰어드는 헬기와 요원들의 모습을 담은 장면에는 힘이 있다. 그러나 연결 동작과 장면 이음새에는 정교함이 부족하고 군더더기가 눈에 띈다. 가령 씬과 강세종의 첫 총격신은 핸드헬드(카메라 들고찍기)로 현장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뒀으나 카메라가 지나치게 흔들리고 액션과 반응이 긴밀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처럼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편집을 했더라면 보다 간결하고도 강도 높은 액션신을 연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4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