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7일 후쿠이 도시히코 BOJ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도록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8일 보도했다. 최근 고이즈미 정부는 "일본 경제가 아직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닌데 제로금리 정책을 끝낼 필요성이 없다"며 BOJ의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자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심지어 "BOJ가 그래도 금리를 올린다면 BOJ의 독립성을 박탈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강경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고이즈미의 측근인 다케나카 헤이조 총무장관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제외하면 10월 중 소비자 물가는 오히려 0.3% 떨어졌다"며 디플레이션이 사라지고 있다는 후쿠이 총재의 최근 발언을 일축했다. 반면 후쿠이 총재는 일본 경기가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완화정책의 조속한 해제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8일 나고야에서 있은 강연에서 "(금융의)양적완화정책의 종식이 가깝다는 것을 여러분도 느낄 것이다"면서 "중요한 판단을 내릴 국면이 바짝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후쿠이 총재는 고이즈미 총리와 만난 직후 직접적인 압력설을 부인했었다. 그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으며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압력을 넣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어떤 형태로든 BOJ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책 완화시기를 놓고 정부와 일본은행 간에 마찰 조짐을 빚으면서 BOJ의 금리 인상 시기는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당초 BOJ는 내년 상반기 중 제로금리 정책을 끝내고 금리 인상에 나설 계획이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