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의무 예탁을 사실상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부가 8일 입법예고한 '공공자금관리기금법 개정안'에 '재경부 장관은 기금의 관리자 등에게 당해 기금의 여유자금을 관리기금에 예탁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기금의 관리자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내용(6조2항)을 신설했다. 기금 관리자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정부가 관리·사용하는 공공자금 관리기금에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각종 기금을 강제 예탁시킬 단서를 열어둔 셈이다. 이와 관련,제6조의 제목도 종전의 '임의예탁'에서 '예탁'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의 관리기금 예탁 여부는 어디까지나 기금운용위원회가 판단할 사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기금운용시 반드시 기금운용위원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며 공공부문 투자는 국채 매입에 한정돼 있다"며 "가입자 동의 없이 공자기금에 전입해 활용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국민연금기금의 공자기금 예탁으로 인한 손실 보전 문제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설령 가입자의 동의를 거쳐 기금운용위원회가 공자기금에 예탁한다 할지라도 장기 채권 금리 이상의 수익률 보장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도입한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재정자금 명목으로 국민연금에서 모두 6조2698억원을 가져다 썼다. 또 1993년 제정한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을 근거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39조3673억원을 끌어다 썼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 '쌈짓돈'을 마음대로 쓴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2000년 이후 공자기금 예탁 의무를 폐지했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경제금융보험학부)는 "국민연금기금은 세금이나 부담금 등으로 조성되는 다른 기금과 달리 가입자인 국민에게서 보험료를 거둬 조성한 돈으로 정부의 부채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과거 국민연금을 갖다 써 손실을 끼치는 바람에 국민연금 불신을 가중시킨 마당에 또다시 연금을 임의로 가져다 쓰려 한다면 가입자들의 저항이 증폭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