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장금'이 대만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를 넘어 중동·유럽까지 간다.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 공연에서 4만명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으며 중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가수 '비'는 미국 등 세계 무대를 넘본다.

한국의 문화콘텐츠 수출이 날개를 달았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0년 4억9815만달러였던 출판·만화·방송영상·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게임 등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지난해 말 8억9400만달러로 급증했다.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5.8%.전체 수출액의 40% 이상 차지하는 게임은 이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이 39.8%에 이르고 방송·영상은 5.4배,영화는 8.2배,음악은 3.2배,캐릭터는 1.8배로 늘어났다.

올해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올해 수출액 추정치는 10억4000만달러.문화콘텐츠 전체 수출액으론 미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일반 제조업과 문화콘텐츠산업의 수출액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한다.

제조업의 수출액은 원부자재와 운송·관리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지만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대부분이 로열티 수입이어서 그 자체가 순이익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형 자동차 1대를 수출해 얻는 순이익은 100만원 정도여서 자동차 수출로 10억달러(1조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리려면 최소한 100만대는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순이익을 비교하면 문화콘텐츠 수출 10억달러는 제조업 500억달러 수출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문화콘텐츠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외에 영화와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이 각각 1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수출 신장세가 장르별로 고루 확산되고 있다는 점.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출 성장률 52.8%를 기록,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특히 방송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드라마는 지난해 '겨울연가'가 아시아를 휩쓴 데 이어 올해는 '대장금'이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과 중동·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하면서 맹위를 떨쳤다.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 지역이 유럽과 아랍권,아프리카와 대양주,중남미까지 확산되면서 해외부문에서 제작비의 60% 이상을 건지는 사례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니메이션은 영화와 함께 세계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장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사인 '니켈로디언'은 지난 11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의 유망 창작 애니메이션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니켈로디언의 한국 시장 진입은 제틱스(JETIX)사와 손잡고 유럽에 진출한 캐릭터 '뿌까'와 프랑스 국영방송 TF1에 방영돼 인기를 끈 '뽀롱뽀롱뽀로로',미국과 스페인 방송사로부터 고액의 투자를 유치한 '아이언키드' 등의 성공사례에 힘입은 바 크다.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하청 위주의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창작산업으로 전환해온 결과다.

각종 국제 견본시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주목받으면서 상당한 수출 실적을 올리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열린 MIPTV에서 1300만달러,10월 열린 MIPCOM에서 5100만달러의 수출계약에 성공했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경우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에 수출됐고 프랑스 TF1에선 56%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보아'에 이어 글로벌 스타 뮤지션으로 등장한 가수 '비'는 음악산업 수출의 활력소다.

현지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한 결과 수익모델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만화 역시 세계시장에서 일본만화와 차별화되는 '만화(Manhwa)'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구축해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아울러 최근 4~5년간 구축해온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데다 콘텐츠를 전매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로열티 징수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점도 수익증대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불과 1.5%.미국(40.4%)이나 일본(8.7%)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오는 2010년까지 수출액을 60억달러로 늘려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이뤄지려면 더 큰 뜀박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