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기자의 세계음식 맛보기] 헝가리 수프 '굴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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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대사 부부들을 위한 저녁을 준비하느라 너무 바빠서요."
찬 바람에 마지막 남은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던 날.카탈린 토르자 주한 헝가리 대사 부인은 현관문을 직접 열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기자를 맞았다.
앞치마를 두른 토르자 여사의 첫인상은 우리 보통 어머니들과 많이 닮았다.
토르자 여사는 파티 음식을 혼자 다 만들고 있었다.
이날 행사를 위해 필리핀 가정부를 불렀지만 헝가리 음식이라 별 도움이 안 되는 듯 했다.
평소에도 하루 세끼를 혼자 다 한다고.
"오늘 소개해드릴 음식은 굴라쉬입니다." 토르자 여사는 큰 냄비 속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굴라쉬는 붉은 파프리카(헝가리 고추)로 매운 맛을 낸 쇠고기 야채 수프다.
헝가리 말로 소떼라는 뜻의 구야(Gulya)에서 유래했다.
유목민이었던 선조 마자르족의 양치기와 소몰이꾼들이 보그라취(Bogracs)라고 하는 통에다 끓여먹었다 한다.
현대 헝가리 음식에는 마자르족의 전통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이 굴라쉬는 지금도 가정 식단에 2주에 한 번은 오를 만큼 사랑받고 있다.
헝가리 사람들은 우랄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것 뿐 아니라 매운 맛을 즐기는 점에서도 한국 사람들과 비슷해서 담백하고 마른 음식보다 얼큰하고 진한 맛을 좋아한다.
양념으로 파프리카 후추 양파를 듬뿍 사용한다.
매운 맛에 익숙지 않은 유럽인들에게도 헝가리 요리는 미식이다.
굴라쉬도 육개장과 비슷해 보였다.
양파 고기 파프리카를 볶아 야채를 넣어 끓인 다음 소금 토마토페이스트 캐러웨이 열매로 간을 맞춘다.
중간에 '취페트케'라는 것을 넣는데 작은 새알심(감자로 만든 수제비)을 생각하면 된다.
밀가루와 계란으로 단단한 반죽을 만든 후 손톱 크기 만큼씩 떼어 마지막에 넣는다.
입 속에서 침이 돌기 시작한다.
"흰 빵이나 레드 와인과 함께 하면 제격이죠." 토르자 여사는 헝가리 와인을 추천했지만 시중에선 구하기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굴라쉬 수프는 요리한 지 반 나절이 지나면 맛이 더 좋아진다.
헝가리 대표 요리 중에 굴라쉬와 비슷하지만 국물이 없는 페르쾰트 스튜라는 것이 있다.
토르자 여사는 굴라쉬와 페르쾰트 스튜를 함께 보여주며 차이점을 꼼꼼히 설명했다.
양파 고기 파프리카를 볶는 것까지는 같지만 물을 넣지 않고 양파는 볶다가 건져낸다는 점이 다르다.
이슈트반 토르자 주한 헝가리 대사는 2003년 부임 전에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82∼86년)이 있어 토르자 여사도 북한 음식과 한국 음식을 다 잘 안다.
페르쾰트 스튜를 만들 때는 북한식으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한국 주재는 88~93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쌍둥이 남매를 서울에서 낳아 한국에 특히 애착이 간다고.
"오이 소박이를 좋아합니다.
통째로 내는 소박이 형태가 아니라 북한식으로 길쭉하게 잘라 무친 것을 더 즐겨 먹어요."
< '굴라쉬' 만들려면 … >
◆재료: 쇠고기 450g, 양파 2개,기름 반 컵,붉은 파프리카 2티스푼,토마토 페이스트 3티스푼,셀러리 대 1줄기,당근 1∼2개,감자 3개,소금, 캐러웨이 열매 1티스푼,취페트케(계란 1개,밀가루)
◆만드는 법
①잘게 다진 양파를 충분한 기름에 투명해질 때까지 볶은 후 주사위 모양으로 썬 쇠고기를 넣고 몇 분간 더 볶는다. ②소금,붉은 파프리카,물 한 컵을 넣고 뚜껑을 덮은 후 고기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약한 불에 1시간 정도 끓인다.
간간이 물을 추가한다.
③취페트케를 준비한다.
밀가루와 계란으로 단단한 반죽을 만든다.
손가락으로 손톱 크기씩 떼어놓는다.
④토마토 페이스트,작게 나박썰기한 야채,물 2∼3컵을 순서대로 넣은 후 소금과 캐러웨이 열매를 넣고 재료가 뭉근해질 때까지 끓인다.
⑤취페트케를 넣고 10분 더 끓여낸다.
음식을 내기 전에 셀러리는 건져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