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기분이 묘해진다. 왜 이렇게 시간이 휙 지나갔을까? 지난 일년 뭘 했지? 부부관계부터 곰곰 되새겨보자.


아내가 외로웠을까? 남편이 불만이었을까? 이대로 좋을까? 두 사람 합의 아래 불만 없이 사는 길은 없을까?


양쪽 다 이런 생각을 하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문제가 된다. 더욱이 상대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협조할 기미조차 비치지 않는다면 같이 살맛이 없어진다.


특히 중년의 섹스 갈증은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다.


"남편의 사랑을 느끼고 나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마음뿐이야. 몸은 싸늘해.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젠지 생각도 나지 않아. 어떨 때는 바람을 피울 것 같아 자신이 두려울 때가 있어."


"나한테서 더 이상 여자로서 매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서글퍼.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두 달이나 건너 뛰는 게 어디 있니? 예전에 따라다니던 사람 생각도 나…."


남편들은 뭐라고 하나. 흔히 일요일 새벽 골프코스에서 들리는 얘기.


"아니,아직도 가족하고 그걸 하나? 난 아무 느낌도 없어진 지 오래됐어."


이 땅에 사는 남성들. 10대는 큰 척,20대는 해본 척,30대는 센 척하다가 40대 가면 피곤한 척,50대가 되면 아픈 척,60대에는 자는 척,70대는 죽은 척,80대는 아까 한 척(치매로 인해)한다고 한다.


결혼 생활이 20년 가까이 흐르면 중년의 아내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데 남편의 불은 먼저 사그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섹스를 원하는 아내가 공포로 다가온다.


가뜩이나 정력도 신통찮아졌는데 마지못해 응했다가 '끝내기'도 못하고 돌아눕는 남편이 어디 한둘인가.


가족과는 이런 중년들이 흔히 혼외 정사를 하고 있고,또 꿈꾸고 있다.




왜 이런가? 집안의 상대는 너무 많이 알아버렸고,너무 가까워졌고,너무 스스럼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성에 대한 관심,즉 섹스에 대한 충동은 긴장하고,예의를 지키고,상대로부터 적절히 감춰질 때 발동한다.


그렇지만 20년쯤 한 이불 속에서 살다보면 긴장도,예의도,감춰질 것도 없어진다. 이쯤되면 서로에게 충동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집안의 상대에게 충동을 못느끼는 것과는 반대로 밖에선 처녀 총각시절 못지 않게 충동감이 커진다.


중년들은 깨달아야 한다. 이제 배우자에게 '이성'으로서 새롭게 다가서야 할 시점이라는 사실을.


20년 동안 같은 필름을 돌렸으면 당연히 '리메이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은 떠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새로운 자극을 연출해야 한다.


마침 섣달이다. 모두들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서 오랜만에 친구나 친척들과 회포를 푼다. 모처럼 '쏘주 한 잔 하자'며 전화를 주고받는다.


올해는 친구 챙기기에 앞서 '가족 같은 아내'와 소주 한 잔 어떨까? 좀더 배려를 한다면 와인 한 잔.


아내도 초대받은 손님처럼 당당하게 다가서라.만날 집에서 맞이하는 지루한 얼굴은 지워라. 낯익은 듯,낯선 듯 새로 단장(?)하고 신장개업한 카페의 마담처럼 멋을 내라.


마술을 걸어라. 어떻게? 미리 '사랑의 날'을 안방침대 옆 작은 달력에 하트 모양으로 표시해 둔다. 정해진 날짜는 빨리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날이 가까워질수록 여자는 흥분한다.


남자는 '그날'을 회사수첩에 적어놓는다. 그날 남자는 퇴근 길에 휴대폰으로 여자를 포장마차로 불러낸다. 소주 한 잔 걸치고 2차를 간다. 그날도 아내가 가족 같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