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한이 지어낸 핵 시나리오에 끌려다니는 사이 북한의 인권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인권국제대회 산파역인 수전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재단 회장은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제 여론을 조종할 줄 아는 명석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국민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숄티 회장은 미국 내 북한 인권 운동의 최고 권위자로 1996년 이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최주활 전 북한군 대령,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의 미국 의회 증언을 주선했다. 숄티 회장은 "우리가 북한 핵 문제에 온통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인권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실상을 감추고 싶어하는 김정일 정권이 의도한 것"이라며"북한의 핵은 보이는 것만큼 위협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전 비서와 나는 핵무기로 위협하는 독재 정권 치고 진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계획을 가진 곳은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를 포함한 각국에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것과 탈북자들이 북한에 다른 나라의 현실을 알리도록 도와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와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우려해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부도덕한 핑계"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한국이 연간 비무장지대 경비를 위해 들이는 90억달러,햇볕 정책을 유지하느라 쓰는 수십억달러,김정일 정권이 마약 위조지폐 무기의 불법 거래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을 다 합치면 북한의 국민총생산보다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고문 수감 보복 중단 △정치범 수용소 해체 △납북자 및 국군포로 생사 확인과 송환 △연좌제,공개 처형 등 조직적 인권 유린 중단 △국제 원조 식량의 영유아 우선 분배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관심을 촉구하는 6개 항목을 담은 '북한인권국제대회 서울 선언'이 채택됐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