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웰빙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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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행복의 정복'에서 사람이 불행해지는 건 일상에 만족하지 못한 채 권태에 빠져 자극적인 것을 찾고 괜한 죄의식과 피해망상증에 사로잡히는 탓이라며 행복해지려면 매사 열의를 갖고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적당히 체념하라고 조언했다.
러셀은 또 어떤 일이건 먹고 살기 위해 도리 없이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달래려고 해봤자 냉소적이 돼 다른 일에서도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자존심을 가질 수 없고 자존심이 없는 곳에 참된 행복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이 '이런 직원이 웰빙직장인'이란 보고서를 통해 웰빙직장인의 조건으로 즐길 줄 알고,일희일비하지 않고,미래를 준비하고,자투리시간도 소중히 여기고,실천에 능하고,재충전의 참맛을 알고,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것 등 7가지를 꼽았다.
보고서엔 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기왕 벌어진 일이면 배짱 좋게 받아들일 줄 알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행복해지고 싶거든 자기 집착과 누군가 자신을 일부러 괴롭힌다는 망상,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실수와 실패를 받아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건 포기할 줄도 알라는 러셀의 얘기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행복한 사람,일과 생활을 함께 즐길 줄 아는 웰빙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그러나 국내 직장인 대부분이 자식들에겐 회사원이란 직업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조사결과(대한상공회의소 '교육 및 직업과 관련한 근로자 의식조사')는 우리 옆에 행복한 직장인이 얼마나 적은지 보여주고도 남는다.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미국에서 주식수익률을 가장 많이 올린 기업을 알아봤더니 남다른 기술이나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곳이 아니라 기업의 성공은 사람에 달렸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한 회사였다고 한다. 웰빙 일터를 만들지 못하면 회사야 어떻게 되든 제 이익만 챙기고 이직 궁리만 하는 '갤러리 직장인'만 양산할지 모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